'임대생'이 제대로 일을 냈다.
지난 3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울산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첫 승이 절실한 두 팀의 격돌은 2대1 울산의 승리로 끝났지만, 전남에게도 작은 희망을 안겼다. 임대선수 조석재(23)의 발견이다.
조석재는 이날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클래식 데뷔전이다. 전남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39분, 조석재의 골잡이 본능이 꿈틀댔다. 오르샤의 땅볼 패스를 그대로 이어받아 오른발 슛으로 울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조석재의 클래식 데뷔골. 대표팀 출신 베테랑 수문장 김용대도 꼼짝 못했다.
조석재의 활약으로 전남은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흐름도 바뀌었다. 후반 초반까지 공세를 펼쳤다. 후반 23분 울산 코바에게 허용한 역전골이 아니었다면 조석재가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팀의 패배가 두고두고 아쉽다.
하지만 조석재는 2무1패로 고전하고 있는 전남에게 작게나마 숨통을 틔워줬다. 간판 스트라이커 스테보가 침묵하고 있는 대신 조석재가 송곳처럼 비집고 나왔다. 자신의 존재감을 전남 구단과 팬들에게 깊이 새겼다.
조석재는 지난해 전북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곧바로 충주 험멜로 임대돼 챌린지 무대에서 뛰었다. 한해 동안 36경기에 나서 19골-5도움을 기록했다. 신인으로선 돋보이는 선전이다. 그리고 올 시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전북으로 떠난 이종호를 대신해 전남의 공격진에 한 자리가 주어졌다. 임대선수 신분이지만 꿈에 그리던 클래식 무대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전남도 조석재에게 기대를 걸었다. K리그 8년차 스테보에게 전담지도를 맡겼다. "넥스트 이종호"라는 칭찬도 받았다.
조석재는 시즌 시작 전 공격포인트 15개를 목표로 내걸었다. 새내기다운 당찬 포부다. 그리고 지난 3라운드에서의 득점으로, 목표지점을 향한 여정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이날 조석재의 득점은 스스로 공격의 활로를 찾아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데뷔 무대라는 긴장감 때문인지 움직임도 둔한 편이었다. 득점을 했음에도 후반전에는 이슬찬으로 교체됐다. 경기가 끝난 후 노상래 감독이 "조석재가 첫 출전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지만 세밀한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고 다그친 이유다.
물론 조석재는 이제 막 첫 발을 뗐을 뿐이다. 데뷔전에서의 첫 슛이 데뷔골로 연결된 것이 엄청난 우연에 의한 행운일 수도 있다. 때문에 아직은 섣부른 기대일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골게터로서의 자질과 위치선정 감각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알듯이, 골도 넣어본 사람이 넣을 줄 안다. 조석재의 데뷔골이 그런 경우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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