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맞더라도 자기 공을 던지면 놔뒀겠지."
2016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는 '선발 야구'를 전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까지 치른 4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5이닝을 버틴 적이 없다. 그나마 5일 경기 선발로 나온 외국인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4⅔이닝을 던진게 최다 이닝 투구다.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송은범은 3이닝 소화 후 교체됐고, 2일에 나온 김재영은 1⅔이닝 만에 바뀌었다.
김재영은 두 번째 등판에서도 조기 강판됐다. 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시즌 두 번째로 선발 등판했지만, 이번에도 1⅔이닝을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내용상 교체될 법 했다. 1회를 1안타 1사구 무실점으로 막아낸 김재영은 2회에 제구력이 무너지며 볼넷 3개와 2루타 1개로 1점을 허용하고 있었다. 2사 1, 2루에서 한화 김성근 감독은 장민재를 올려 추가실점없이 이닝을 끝냈다.
개막 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한화의 퀵후크는 왜 벌어지게 됐을까. 김재영이 젊고 가능성있는 신인임을 감안하면 더 기회를 주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팬들의 의구심은 커져간다. 김성근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둔 김 감독을 만났다. 그리고 물었다. "김재영을 2회에 교체하지 않고 더 던지게 했으면 어땠을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제구력이 향상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 않습니까"
김 감독의 답은 이랬다. "그럴수도(제구력이 향상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어제 김재영의 경우는 전혀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는 상태였다. 만약 차라리 자기 공을 던지는 상황에서 계속 안타를 맞았다면 더 던지게 놔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미 투구 밸런스가 크게 흔들린 상황이라 그냥 계속 던지게 한다고 해도 제구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바꿨다는 뜻이다.
김재영은 시범경기에서 4번 등판해 15이닝 동안 단 1실점만 하며 평균자책점 0.60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그 덕분에 신인임에도 정규시즌 선발 로테이션에도 들어왔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시범경기 때 보여줬던 강력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김 감독이 지적한 원인은 '심리적 위축감'이다. 김 감독은 "좀 위축된 게 아닌가한다. 또 상대하는 타자들도 시범경기 때와는 다르다.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향후 김재영은 어떤 식으로 활용될까. 김 감독은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말은 두 가지 방법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은 선발 기회를 다시 줘본 뒤 여전히 투구 밸런스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불펜에서 조금씩 던지게 해서 조정하는 것이다. 아니면 아예 2군에 내려보내 다시 체계적으로 선발 경험을 쌓게 하면서 투구 밸런스를 잡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과연 김재영은 시범경기 때의 모습을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까.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