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최민수가 아니었다면 괴물 같은 숙종을 그 누가 표현할 수 있었겠나.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대박'(권순규 극본, 남건 연출) 9회에서는 숙종(최민수)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연잉군(여진구)을 시험하는 모습이 펼쳐 졌다.
왕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의 선전포고가 궐 안을 한바탕 뒤흔든 가운데 숙종은 연잉군에게 자신의 호위를 일임했다. 상상할 수 도 없는 자객의 침입에도 동요하지 않는 숙종은 연잉군을 불러 "이 아비의 목숨이 네 손에 달렸구나"라며 여유를 부렸고 연잉군은 이런 숙종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리둥절한 연잉군을 향해 숙종은 "어찌 이리 태연하냐고? 내가 요행으로 이 옥좌에 앉아 있는 줄 아느냐? 어떠냐? 나와 내기를 한 번 해보는 것이. 보이느냐? 네 눈앞에 있는 이 옥새가. 자객을 잡아오너라. 그럼 이 모든 게 네 것이다. 허나 자객을 놓치면 나도 죽고 없을 것이고 세자가 보위를 얻게 될 것이니 너도 그 즉시 이 조정을 떠나거라"라고 부담을 안겼다.
숙종이 던진 말은 현실 그 자체였다. 숙종이 죽게 되면 즉 세자가 새 왕이 되고, 새 왕에게 가장 위협적인 인물인 연잉군은 숙청되는 것. 여기에 자신의 어머니 숙빈 최씨(윤진서) 또한 목숨을 보전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연잉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숙종을 살려야만 했다. 연잉군은 "소자 감히 아바마마와 내기에 응할 수 없으나 자객은 반드시 잡아 올리겠나이다"라며 두려움을 애써 감추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때 숙종은 연잉군을 향해 "가르쳐주랴? 옥좌를 차지하는 방법"이라고 섬짓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숙종은 자신의 수족 김체건(안길강)과 함께 이 모든 상황을 꾸민 것이었다. 자객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연잉군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 위한 숙종의 놀이판이었던 것. 김체건이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연잉군의 행동은, 진심은 어떠할지 시험해보고 싶었고 숙종의 예상대로 연잉군은 죽을 힘을 다해 김체건과 맞섰다. 그러나 이때 예상치 못한 이가 판에 뛰어들었으니, 바로 백대길(장근석)이었다.
단번에 백대길을 알아본 숙종은 모든 그를 불러들였고 범의 눈으로 백대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그는 "부모는 어찌 됐느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맞선 백대길은 "양친 모두 여의고 아무도 없사옵니다"라고 예를 갖췄다. 숙종은 하룻강아지 같았던 핏덩어리 백대길이 김체건을 통해 범의 새끼로 장성하자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어 숙종은 "이 검을 내 너에게 하사하마. 과인이 무척이나 예뻐라 했던 검이니라"라며 백대길에게 왕의 검을 하사했다.
이날 숙종 최민수가 등장했던 장면은 '대박'이 방송됐던 60분 중 단 5분. 하지만 실제 시청자가 체감했던 존재감은 50분이 넘었다. 오열, 분노 등 극적인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었다. 오히려 시종일관 담담했고 차분했던 숙종을 열연한 최민수는 그 어떤 장면보다 강렬한 임팩트를 안겼다.
백 마디 말보다 한마디의 눈빛으로 여진구, 장근석, 그리고 시청자를 압도한 최민수. 천하를 호령하는 범의 눈빛으로 '대박'을 가득 채운 그는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신스틸러다. '대박'을 이끄는 심장부이자 수뇌부인 최민수의 활약. 존재 자체만으로 보는 이들의 심장을 관통하는 진짜 배우에 시청자는 영혼을 빼앗겼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대박'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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