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허경민은 요즘 마음 고생이 심하다. 좋았던 타격감이 뚝 떨어진 것도 오래다. 톱타자에서 2번으로, 또 8번으로 '위치'를 바꾼 효과도 크지 않다.
하지만 점차 '감'이 살아난다. 수비에서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버티니 타석에서도 존재감이 커간다.
허경민은 팀이 30승을 선점한 24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타점은 없었다. 그러나 두 차례 선두 타자로 나가 결정적인 안타를 터뜨리면서 '확실한 조연' 역할을 했다. 허경민이 없었다면 두산 승리도 없었다.
0-1이던 3회 첫 타석부터 귀중한 안타가 나왔다. 호투하던 kt 선발 정대현을 상대로 볼카운트 1S에서 우중월 3루타를 터뜨렸다. 후속 김재호의 안타 때 홈인.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그는 3-5로 뒤지던 7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두 번째 투수 조무근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터뜨려 팀이 빅이닝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두산은 당시 후속 김재호의 볼넷, 박건우의 좌전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고 오재원 민병헌이 연이어 적시타를 터뜨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이날 허경민은 3루수로도 한 건 했다. 8-5로 앞선 9회초 마지막 수비 이닝. 1사 1루에서 마르테가 친 느린 땅볼 타구를 재빨리 처리해 아웃카운트 1개를 늘렸다. 만약 이 타구가 내야 안타로 연결됐다면 두산은 핀치에 몰릴 수 있었으나, 허경민이 이를 원천 봉쇄했다.
그는 경기 후 "주변에서 열이면 아홉 마음을 비우라고 조언하지만 사실 그게 쉽지는 않다. 타격감이 좋지 않아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오늘은 그래도 안타가 나와 다행"이라고 웃었다. 이어 "수비에서라도 동료에게 믿음을 주려 한다. 캠프 때 세운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허경민은 미야자키 캠프 당시 취재진에 "팀 내 수비이닝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이날 나온 6회 충돌 장면에 대해 "순간, 별이 보였다. 박경수 선배와 어떻게 부딪혔는지도 모르겠다"며 "교체되더라도 일단은 그 이닝을 내가 책임진 다음에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아 7회 타석에서 안타도 칠 수 있는 것 같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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