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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 잃은 LG, 그리고 이병규 콜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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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선수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2016 시즌을 앞두고 한 말이다. 올시즌 LG 야구의 목표라고 했다. 양 감독은 "뛰는 야구를 하겠다. 빠르고 역동적인 팀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도루 개수를 늘리고, 무조건적으로 달리는 야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이 말들의 핵심은 어린 선수들이 눈치보지 않고 야구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자연스럽게 리빌딩이라는 단어로 올시즌 LG 야구의 지향점이 설명됐다.

시즌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시점, LG 야구를 점검해보자. 이 목표가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냉정히 볼 때, 그렇다고 하기 힘들다. LG는 시범경기, 그리고 시즌 초반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선수 면면도 그렇고, 야구 스타일도 기존의 '도련님 야구'를 벗어나 적극적인 투지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베이스 더 진루하기 위해 뭐라도 하는 야구였다. 그러나 LG의 최근 경기를 보면, 달라진 색깔이 느껴지지 않는다. 선발이 잘 던지고, 타자들이 잘 쳐야 이기고 그렇지 않으면 지는 평범한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런 LG를 하늘이 돕고 있다. 져도 순위가 내려가지 않는다. 21일 SK 와이번스전까지 29숭1무32패를 기록중인데, 4위 SK와 승차 없는 5위다. 유례 없는 중위권 혼전 속 어느 팀 하나 확실히 튀어나가는 팀이 없다. 최근 중위권 싸움을 빗대 '누가 더 못하나'라는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렇게 LG가 중상위권 순위를 유지하는 게 마냥 행복한 일일까. 오히려 이 상황이 LG 야구의 노선을 흔드는 듯 보인다. 양 감독이 젊은 야구를 천명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올시즌 성적에 큰 기대를 안했기 때문이다. 경쟁 상대로 꼽혔던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등이 전력보강을 하며 기존 강팀들과 함께 5강 유력 후보로 꼽혔다.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었던 LG는 최하위권 후보로 예상됐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라면 기회를 주고 싶었던 젊은 선수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이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도 오케이, 여기에 승리까지 챙긴다면 땡큐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즌 초반에는 현재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채은성을 비롯해 서상우, 이천웅, 정주현, 안익훈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금은 어설퍼도, 이 선수들이 신나게 뛰는 모습에 팬들은 승패 관계없이 즐겁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최근 LG 엔트리와 라인업을 보면 그아말로 혼돈의 연속이다. 어떤 노선으로 가는지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 예상 외의 순위 선전을 하며 구단과 코칭스태프 모두 성적에 욕심이 생긴 듯한 모습. 이제는 어떻게든 이 중위권 싸움에서 살아남고 치고 나가려는 선수 구성과 기용이라고 지적하면, 이를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젊은 선수들을 2군으로 내리며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힘도 떨어졌다"는 코멘트가 덧붙었다. 그러면서 1군 경험이 있는 즉시 전력감 선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러다 임 훈, 오지환 등 핵심 선수들의 예상치 못한 부진이 발생하자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선수 개인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수 있고, 몸상태가 안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들이 무너지는 가장 큰 요인,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다. 두 사람 뿐 아니다. 부담없이 치고 달리던 선수들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는 '성적을 내기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팀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LG의 엔트리와 주전 라인업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고 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럽다. 여기에 최근 '적토마' 이병규의 콜업 문제를 두고 시끄럽다. 2군에서 잘 치는 베테랑 타자를 왜 1군에 올리지 않느냐며 갑론을박이다. 양 감독은 일전 이병규 콜업 문제에 대해 "이병규를 수비에 적극 투입할 수 없다. 지명타자나 대타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박용택과 정성훈도 풀타임 수비가 안되는 베테랑 들이다. 이들과 역할이 너무 겹친다. 두 사람이 있는 상황에 이병규까지 올라오는 건 힘들다"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주는, 시즌 초반 신바람 나는 야구를 할 때는 이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이 성적에 집착하는 야구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원론적 설명에 납득이 힘든 게 사실이다. 서상우라는 수비가 안되는 왼손 지명-대타감이 엔트리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 선수 대신 이병규를 좌타 대타로 쓰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LG는 딱히 내놓을 수 있는 답이 없다.

아직 늦지 않은 시점이다. LG와 양 감독은 어떤 노선의 야구를 할 지 다시 한 번 방향의 재정립을 할 필요가 있다. 미래 10년을 위한 완벽한 팀 분위기 변화냐, 아니면 올시즌 당장의 성적이냐에 대해 말이다. 지금은 확실히 이도저도 아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