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는 고산병 치료제로는 '남녀 공용', 성기능 관련 용도로는 '남성 전용.'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대량 구입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한국화이자제약)와 팔팔정(한미약품)이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시 고산병 치료용이었다고 해명한 가운데,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어떻게 고산병 치료제로 사용되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우리 몸 속의 혈관을 확장시켜 준다. 비아그라는 실데나필의 이런 기능을 이용해 처음에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던 약이다. 고혈압 환자의 혈관을 확장시켜서 혈관 내에 흐르는 피가 혈관 벽을 누르는 압력(혈압)을 떨어뜨리는 기전이었다. 그런데, 개발 과정에서 실데나필이 음경혈관까지 확장시키는 '부작용'이 발견됐다. 남성은 성욕을 느끼면 음경혈관에 혈류가 몰리면서 혈관을 둘러싼 해면체를 압박하고, 스폰지처럼 눌린 해면체 때문에 성기가 딱딱하게 발기하는 것이다. 발기부전증이 있으면 성욕을 느껴도 음경혈관이 확장되지 않아서 남성이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욕을 느낄 때 비아그라를 먹으면 실데나필 성분이 음경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발기가 유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산병에는 왜 비아그라를 먹는가? 실데나필이 확장시켜 주는 대상에는 뇌혈관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비아그라를 먹으면 고산병으로 인한 혈관성 두통이 완화된다. 실제로 히말라야 등 고산을 등반하는 전문 산악대원들은 비아그라나 복제약(팔팔정 등)을 많이 처방받아 간다. 고산병으로 두통이 생겼을 때 비아그라를 먹으면 혹시 엉뚱하게 성욕이 생겨서 난처해지지는 않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비아그라는 남성이 일단 성욕을 느낀 뒤에 진행되는 음경혈관 확장을 도와주는 기능을 할 뿐이며, 두뇌에 작용해서 없는 성적 감정 자체를 일으키는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에 올라가든, 에티오피아나 우간다를 순방하든, 고산병에 비아그라를 먹는다고 해서 뜻밖의 신체 반응으로 쩔쩔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비아그라는 음경혈관이라는 남성의 신체 기관의 작용에 '특화'해서 개발된 약이기 때문에, 이런 신체 기관이 없는 여성은 복용해도 성기능에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여성에게 발기부전이라는 질병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한편, 뇌혈관은 남녀 모두 동일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산병성 두통에는 비아그라가 남녀 모두에게 효과를 낸다. 청와대는 비아그라 60정과 팔팔정 304정을 구입했다. 비아그라 등 실데나필 성분의 발기부전치료제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해 주어야 구입할 수 있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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