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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이란 단어가 그리 생소한 시절도 아니었지만, 당시 드렁큰타이거의 등장은 어딘가 신선하다 못해 낯설었다. 아이돌 그룹을 통해 블랙뮤직에 대한 시도가 이뤄지긴 했으나, 정통 힙합을 표방한 그의 음악은 대중에 설익은 노래였다. '낯이 익지도 않앗지만 같이 마치 달콤한 연인 같이 하나되는 우릴 봤지. 너를 원해 이말 전해'('난 널 원해'中) 단어의 운율을 맞춘 라임의 재미와 현란하게 오르내리는 현란한 플로우는 대중엔 분명 신선한 경험이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음악을 수면 위로 올린 그의 존재는 오버그라운드와 인디씬의 교두보 역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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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도 변했고 힙합씬도 변했다. 국내 힙합의 초창기 시절, 에픽하이 다이나믹듀오 리쌍 등 지금은 날고 긴다는 래퍼들이 한데 모인 무브먼트 크루의 정상에 서서 씬을 아울렀던 힙합씬 큰 형님이다. 힙합이란 단어는 이미 흔한 것이 됐다. 가치와 영혼이 증발된 래퍼들이 저마다 스웨그 타령만을 할 때 다시 드렁큰타이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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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호랑이가 다시 신들린 음주 래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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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집이더라. 꾸준히 내 길만을 걸어왔는데 요즘 시스템과 좀 다르다보니 활동을 안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힙합 음악이 완전 대세가 됐는데 왜 음악 안하세요?'라는 질문도 꽤 들었다. 분명히 페스티벌, 콘서트, 그룹 MFBTY 등 여러 활동을 해 왔는데 드렁큰타이거 활동이 없으니 숨는 것처럼 비춰왔던 것 같다. 그동안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을 대중에 다시 들려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려 왔다.
드렁큰타이거란 타이틀로 발표하는 마지막 앨범이라는 의미였는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기사를 보고 은퇴하냐고 묻는 지인들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 (웃음)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이라 말씀드린 이유는 국내 가요계에서 힙합이 갖는 여러 상황도 한 몫한 것 같다. 예전에 힙합은 신기한 음악이었지만 지금은 대중에 친숙한 장르가 됐다. '스웨그'랑 '디스'란 말도 이제 흔한 단어가 되지 않았는가. 정치인들도 쓰더라. 어쩌면 그렇게 변하는 패러다임에 내가 적응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나온다는게 뜬금없다는 느낌 말이다. 요즘 스타일로 옷을 입고 요즘 리듬에 맞춰 움직인다는 것,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주제와 단어를 쓴다는 게 내겐 이상했다. 아무래도 제 자리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배움의 시간이었다. 하지 말라하면 더 시험해보고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듯이. 그래도 드렁큰타이거 음악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이제 음악을 들려줄 용기가 생겼다.
- 뭔가 마음가짐에 대한 변화, 자세가 달려졌다고 해야하나.
역시 영원한 유행은 없는 것 같다. 예전의 힙합은 마니아들만이 그 가치를 알아줬다. 차트에 노래가 없어도 말이다. 마니아들이 찾아 듣는 음악, 차트에 없어도 되는 음악. 마지막 앨범이라 정한 이유가 있다.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이란 장치 안에서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야만 이해가 되는 수단 같은 것 말이다. 분명 드렁큰타이거 그때 그 색깔의 음악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다. 그때 정신상태나 음악, 주제나 줄거리 등 여러 면에서 마지막이 타당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다음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들려주면 되니까. 마지막 앨범이라 정해야 나도 편한 마음으로, 예전의 내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여행 하듯이.
- 현재 9집의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됐나.
지금은 작업이 잠시 중단된 상황이긴 하다. 주위 환경이나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요즘엔 시국에 대한 모든 소식을 접하면서 뉴스 덕후가 됐다. 하지만 이것 또한 내가 겪고 있는 것이니까 소소한 삶에 대해서 고루 생각한다. 언제나 그랬듯 한편의 영화처럼, 인생에 대한 것들, 그것은 신세한탄일 수도 있고 기존 곡들에 대한 후속편 성격의 노래가 수록될 수도 있다. 드렁큰타이거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결정적이었던 노래들, 그것들에 대한 시리즈의 후속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드렁큰타이거는 어떤 의미인가.
아쉽다. 하지만 그 느낌이 오히려 반갑다. 물론 비즈니스적으로 생각하면 드렁큰타이거로 계속 앨범을 내는 것도 좋겠지만, 제 성격상 음악과 비즈니스가 충돌이 있어야 오히려 재미를 느낀다. 마지막 앨범이니까 영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난 아직 철이 안든채로 그 안에 갇혀 있는데 어느덧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 이제 와서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나고 느끼고 있다. 예전엔 응원의 말들이 예의상 하는 덕담이라 느낄 때도 많았다. 하지만 당시 내 음악에 열광해주던 30대 분들이 어느덧 50대더라. 그분들도 내 복귀 기사를 접했을 때, 같은 생각을 하셨나보더라. 드렁큰타이거 마지막 앨범 9집은 사실 그분들을 위해 만드는 음악이다. 차트에는 없어도 찾아들을 수 있는, 그리고 그들끼리 의견을 활발히 공유하던, 시간여행 하듯이 내 음악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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