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4월초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를 통해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논의하기로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또는 유임을 공식적으로 토론하는 자리다. 물론 기술위원회에 앞서 축구협회 수뇌부의 의지가 A대표팀 거취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기술위원회는 절차상 필요한 과정이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여론은 싸늘하다. 23일 중국전 패배(0대1)와 28일 시리아전 진땀 승(1대0) 이후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다수의 국내 전문가들도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선발과 용병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한국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못 나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축구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경기를 치른 현재 4승1무2패(승점 13)로 A조 2위를 마크했다. 선두 이란(승점 17)은 크게 앞서 있어 직행 티켓 1장을 사실상 확보했다. 한국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의 맹추격을 받고 있어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직행, 플레이오프행, 탈락 여부가 결정난다.
최악의 경우인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축구협회에 모든 면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축구협회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그 첫걸음이 기술위원회인 셈이다.
고민의 정도는 깊겠지만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거나 아니면 유임이다.
전문가들은 축구협회에 빠른 선택을 주문한다. 6월 13일 예정된 카타르와의 8차전(원정) 전에 사령탑 문제를 결정해야 혼란을 최소화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전까지 앞으로 2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크게 흔들리고 있는 '태극호'에 극약처방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론의 힘이 실리는 경질을 선택할 경우 '포스트 슈틸리케'를 리크루트하는 시점을 고려할 때 카타르전 전이 더 낫다. 카타르전 결과에 따라 한국과 우즈벡의 순위(2~3위)가 유지될 수도 또 바뀔 수도 있다. 만약 3위가 될 경우 슈틸리케를 대신할 감독직에 너무 큰 부담이 돌아간다. 2위 보다는 3위일 때 감독을 하고 싶어할 후보자도 더 적을 것이다. 또 3위가 된 팀을 본선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할 경우 리스크에 따른 보상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사령탑과 접촉할 경우 연봉이 치솟을 수 있다.
축구협회의 고민 중에는 경질을 결정하더라도 후임자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있다. 또 주장 기성용이 시리아전을 마치고 "A대표팀의 부진은 감독의 문제가 아닌 선수들에게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금 상황에선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쉽지 않다는 식의 얘기도 했다. 기성용의 작심 발언은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슈틸리케 감독을 더이상 비난하지 말라는 방패막이 된 셈이다.
협회가 대안 부재 등을 이유로 슈틸리케의 유임을 결정한다면 그 또한 빠른 결정이 낫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주 국내 언론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언론과 팬들의 지적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협회가 슈틸리케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기기로 한다면 신뢰한다는 걸 발표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 그냥 넘어간다면 최종예선전이 끝날 때까지 불신의 불씨는 계속 피어오를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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