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양상문 감독은 루이스 히메네스에 대해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
LG 트윈스가 제대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개막 6연승 신바람을 달렸다. 이 때는 무서울 거 없이 오름세만 보였다. 뭘 해도 됐다. 하지만 이후 4연패다. 지난 8일 7연승을 목전에 두고 롯데 자이언츠에 충격적인 9회말 역전 끝내기패를 당한 것이 뼈아팠다. 보통 긴 연승을 하면 그 후유증에 연패도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연승을 할 때는 기분이 좋아 모르지만, 계속 이기기 위해 선수들이 쏟는 힘이 평소보다 많다. 그래서 연승이 종료되면 긴장이 풀리고, 그 피로감에 무기력한 경기를 하는 것이다. LG도 딱 그 모습이다.
특히, 그렇게 잘하던 타자들이 침묵에 빠졌다. 6연승 과정에서는 양 감독이 투입하는 선수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지며 '양파고' 신드롬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연패 과정 이들이 부진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몇몇 포지션에서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뛰니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결과론적인 얘기다. 그렇다면 주전으로 계속 기회를 받는 선수는 잘해야 한다. 지금은 LG 타자들 전체적으로 부진한 흐름이다. 연승 후 연패가 길어지니 선수들이 조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 부진의 중심에는 4번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있다. 절대불변 4번-3루수. 하지만 10경기 36타수 6안타 타율 1할6푼7리다. 최근 3경기 홈런은 커녕 안타, 타점, 득점이 1개도 없다. 삼진만 5개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4번 히메네스에게 찬스가 몰렸다. 12일 NC 다이노스전은 0-1로 밀리던 7회 무사 1루 찬스서 히메네스가 병살타를 치며 사실상 패배가 확정됐다. 11일 NC전 역시 팀 상승 흐름을 잇지 못했다. 1-1로 맞서던 6회초 박용택의 적시타로 2-1로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이어진 1사 3루. 여기서 히메네스가 김진성에게 삼진을 당했다. 운이 좋게 스트라이크 낫아웃이 돼 박용택의 득점은 이어졌지만, 폭투로 흔들리던 김진성의 기를 누르지 못했다. 결국 LG는 6회말 3점을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히메네스의 타격을 보면 감각 문제는 아니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바뀐 스트라이크존이다. 위-아래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허둥대는 모습이다. 지난해까지 볼이었던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자 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해지고, 스스로 조급해지고 있다. 그리고 상대 유인구에 방망이를 참지 못하고 헛스윙을 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전력 분석이다. 지난해 전반기에만 22홈런을 날린 히메네스. 타율도 3할3푼8리였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타율이 2할6푼3리로 뚝 떨어졌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부진했다. 양 감독은 이에 대해 체력 문제를 언급했다. 따라서 올시즌은 체력 관리만 잘해주면 꾸준한 활약을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체력 문제가 아닌 듯한 상황이다. 상대는 히메네스를 상대로 집요하게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 승부를 한다. 이 공에 히메네스의 방망이가 계속해서 따라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두드러진 문제다.
한 팀이 긴 시즌을 치르면 연승을 할 수도, 연패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LG의 행보를 너무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4번 졌어도 아직 상위권이고 승률 5할 이상이다. 그러나 연패를 탈출하려면 중심타자의 한방이 꼭 필요하다. LG는 젊은 선수 위주의 리빌딩 된 라인업이다. 연패 과정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 때 중심 타자의 한방이면 팀 분위기 전체가 바뀔 수 있다. 이 역할을 히메네스, 박용택 등이 해줘야 한다. 그나마 박용택은 2일 넥센전 빼고 출전한 9경기 중 8경기 모두 안타를 1개씩이라도 때려냈다 .
과연 '양파고'는 예상치 못했던 '히메네스 오류'를 어떻게 개선해낼까. LG의 시즌 초반 성패를 가를 중요 요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