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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오리온 혈투, 누가 이기든 KGC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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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만 좋겠네.

서울 삼성 썬더스와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4강 플레이오프가 점입가경이다. 삼성의 원정 2연승으로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시리즈. 하지만 오리온이 원정지 잠실실내체육관에 와 2경기를 모두 쓸어담았다. 이제 19일 홈구장인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5차전까지 승리한다면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역대 최초 리버스 스윕이 완성된다. 그동안 2연패 팀이 2연승을 해 5차전까지 간 경우는 딱 한 차례 있었지만, 결국 그 팀도 5차전 승리에는 실패했다. 2002~2003 시즌 창원 LG 세이커스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원주 TG 액서스를 상대로 반란을 꿈꿨지만 무산된 바 있다.

5차전 삼성이 이기든, 오리온이 이기든 '역대급' 드라마가 완성될 기세다. 이 드라마를 흐뭇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KGC 선수단과 프런트다. KGC는 지난 14일 울산 모비스 피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일찌감치 마치고 대기중이다.

체력 문제를 생각하면 양팀의 혈전이 반갑다. 5차전이 끝나면 20일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를 진행하고 22일 1차전이 열린다. 삼성이나 오리온은 이틀밖에 못쉰다. 1주일을 쉰 KGC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5차전 혈투를 치렀다. 플레이오프 1경기는 정규리그 몇 경기를 소화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오리온도 6강 플레이오프는 치르지 않았지만, 부상자들이 많아 주전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심하다. 김동욱의 무릎이 좋지 않아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4차전 최진수까지 발목이 돌아갔다. 이승현도 허리가 좋지 않아 걱정이다.

KGC가 모비스에 3연승을 거둔 시점, 삼성이 2연승으로 앞서나가 있었다. 당시 KGC 김승기 감독은 "삼성이 올라온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오리온에 대한 경계를 풀어서도 안되는 상황이 됐다.

KGC는 내심 오리온이 올라오기를 바랐다. 오리온이 약해서가 아니라, 매치업상 경기를 준비할 때 오리온이 조금 더 수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데이비드 사이먼-오세근의 골밑 라인이 탄탄한 KGC인데,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있어 부담스럽지만 정통 센터가 없는 오리온은 골밑 공격과 수비가 더 수월하다. 단신 외국인 가드 키퍼 사익스도 언더사이즈 빅맨 마이클 크레익보다 비슷한 스타일의 오데리언 바셋이 편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면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삼성도 나쁘지 않다. 특히, 정규리그 막판부터 크레익의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다.

과연 KGC는 5차전 어느 팀의 승리를 응원하게 될까. 확실한 건, 정규리그 우승으로 안그래도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KGC에 체력 어드밴티지까지 생겨 챔피언결정전이 싱거워지지 않을까 걱정도 생긴다. 경기 감각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지만, KGC는 한참을 쉬고 난 뒤 임한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큰 문제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