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대구의 2016년은 환희였다. 승격 꿈을 달성했다.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대구가 4년만에 1부 리그로 돌아왔다.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대구, 하지만 기다리는 건 고난길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클래식 무대는 험난했다.
첫 단추를 꿰는 것 조차 힘들었다. 1라운드서 광주에 0대1로 졌다. 이후 인천, 수원, 상주와 연달아 비겼다. 지난 9일에야 무승 갈증을 풀었다. 전남을 2대1로 꺾었다.
기분 좋은 승리, 하지만 해석은 갈렸다. 기대 이상의 전력이라는 평가와 상대가 약했다는 지적이 양립했다. 모두 맞는 이야기다. 스쿼드가 얇은 대구는 의외로 공격적인 스리백을 운용하며 신선한 충격을 줬다. 동시에 그간 상대해온 팀들 중 상주를 제외하면 올 시즌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4경기 연속 무패(1승3무)는 기대감에 젖기엔 충분한 전리품이었다.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잘 나가는 팀을 만나자 여지 없이 깨졌다. 15일 포항에 2대1로 졌다. 그리고 22일 제주에 2대4로 무릎 꿇었다.
포기는 없다. 이제 초반일 뿐이다. 손현준 대구 감독은 "비록 2연패지만 모두 가능성을 봤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우리 선수들의 경험, 기량이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실제 대구는 클래식 첫 경기인 광주전에선 다소 주눅든 모습을 보였다. 빠른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고, 패스 미스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개선됐다. 선수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1997년생 미드필더 박한빈(20)이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약관의 나이, 그래서 겁이 없다. 클래식 6경기에 나서며 쑥쑥 성장하고 있다. 신창무(25)도 주목할 만 하다. 벌써 프로 4년차다. 2014년 프로 입문 이후 쭉 대구에서 뛰었다. 1m70-67kg의 작은 체구지만 당차다. 일단 공을 잡으면 뒤 돌아보는 법이 없다. 예리한 왼발 킥 능력도 갖췄다.
풀백 정우재(25)는 조용하지만 강하다. 현 대구 스리백 시스템에서 윙백으로 뛰는 정우재는 여느 윙어 못지 않은 돌파력을 자랑한다. 수비수 2~3명 사이에서도 기어코 크로스를 올린다.
손 감독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선수들이 죽기 살기 최선을 다 한다. 승격 직후 선수들에게 '클래식서 고전을 해도 기 죽지 말라'고 했다"며 "모든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할 수록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시즌 초반 가시밭 길을 걷고 있는 대구.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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