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나는 표절 안해요.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괜찮아요."
표절논란에 휘말린 전인권이 강하게 부인했다. 가요계에 만연한 표절시비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모호한 판단기준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 위로곡으로 사랑받은 노래였기에 유사성 논란이 주는 파장은 더욱 컸다.
전인권의 대표곡 '걱정말아요 그대'가 46년 전 발표된 독일 노래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26일 한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면서 논란은 불거졌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이 곡의 작사, 작곡자는 전인권으로 명시돼 있다. 해당 네티즌은 '걱정말아요 그대'가 1970년대 독일 쾰른에서 활동한 그룹 블랙 푀스(Black Fooss)의 '드링크 도흐 아이네 멧'(Drink doch eine met)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후렴구가 흡사하며 논란은 확산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두 곡의 후렴구는 노래의 키, 즉 조성은 다르지만 유사한 코드와 멜로디로 진행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부분의 후렴구 코드를 분석해 보면 전인권의 노래는 'G-D-Em-Bm7-C-D-G'로, 블랙 푀스의 곡은 'C-G-Am-Em-F-C-G'의 진행을 따른다. 이후 다섯 째 마디부터의 코드진행도 유사하다. 두 곡을 같은 코드로 조바꿈 했을 시, 후렴구 총 여덟 마디 중 여섯 마디가 유사한 진행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섣불리 이 논란을 표절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요계 표절 논란은 늘 진실을 가리기는 힘들다. 창작을 토대로 하는 음악이란 곡자만의 영역이며, 이를 구분할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가요계에 새롭게 나올 수 있는 코드는 없다고들 한다. 실제로 보이즈 투멘의 히트곡 '엔드 오브 더 로드'나 브라이언 맥나잇의 '원 라스트 크라이' 등의 코드와 흡사한 국내 가요도 꽤나 존재한다. 또 비틀즈의 '렛 잇 비'와 박상민의 '해바라기'는 두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거리기만 해도 자연스레 맞물리는 경우다.
표절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작곡가의 양심을 두고 말이 많지만, 결국 법적으로 시원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흔치 않다. 그동안 표절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 왔으나 현재 표절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다. 1999년 공연윤리위원회 내 표절위원회가 폐지되면서 표절에 대한 검열 기능도 사라졌다. 법적인 판단도 모호할 때가 많다. 현재는 해당 곡자가 이를 문제시하거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저작권위원회에 의뢰하는 식으로 진행되곤 한다.
표절을 자체적으로 필터링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 모든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마음먹고 표절을 하겠다고 하면 막을 수 있는 이도 없다. 결국 진부한 결론이지만 양심의 문제로 돌릴 수 밖에 없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나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 제작자와 대중에 알리는 과정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의식에 달려있다.
전인권의 입장은 단호하다. 논란이 번진 뒤 전인권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지금 기분이 상당히 묘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유사성 논란이 있다는 독일 밴드 블랙푀스의 노래를 직접 들어봤다"면서 "곡의 초반 코드진행 같은 경우는 흔하게 쓰이는 코드다. 유사한 느낌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 표절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전인권은 "('걱정말아요 그대'가) 내 아내를 향해 만든 노래"라고 작곡 배경까지 설명했다.
표절 여부는 법정에서도 쉽게 판가름 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다. 더욱이 당사자인 전인권의 강한 결백 주장에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반면 곡의 유사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의혹을 제기하는 대중의 말에도 귀기울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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