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울산 현대는 '이정협(26·부산) 모시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원톱을 찾던 울산에게 당시 '슈틸리케호 황태자'로 주가를 올리던 이정협은 최적의 카드였다. 친정팀 부산과의 긴 줄다리기 끝에 1년 임대애 성공했다. 이정협의 활약 여부에 따라 완전 영입까지도 고려 했다. 그러나 이정협 카드는 실패혔다. 2016년 K리그 클래식 30경기서 4골-1도움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울산의 완전 영입 계획도 자연스레 '없던 일'이 됐다.
부산으로 돌아온 이정협. 그의 분풀이는 매서웠다. 개막전부터 7라운드까지 연속골을 터뜨리며 챌린지(2부리그) 개막 이후 최다 연속골 신기록을 세웠다. 기록은 멈춰섰지만 불과 1년 전 지독한 골가뭄에 울었던 이정협의 완벽 부활을 알리는 지표였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더니 딱 맞더라(웃음)." 4일 부산 강서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정협은 '내성적인 선수'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리던 1년 전과는 딴판이었다. 스스럼 없이 농담까지 건넬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말을 실감했다.
이정협은 "(울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안풀리니 스스로 위축됐고 나중엔 선발 출전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며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그는 "한 번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회복이 쉽지 않았다. 사실 올해 동계 훈련 때도 골을 많이 넣지 못했다. 아마 조진호 감독님이 제일 불안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감독님이 항상 격려해주셨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주셨다. 굉장히 엄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첫 만남 때부터 그런 이미지가 깨졌다(웃음).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다 감독님 덕분"이라고 조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부산에 돌아와보니 모르는 선수들이 많아졌고 위치도 중고참급이 됐더라"며 "선수들이 어제까지 함께 지내던 것처럼 먼저 다가와주고 스스럼 없이 대해줘 빠르게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한창 물오른 골 감각. 멈춰선 게 아쉬울 법 하다. 하지만 그는 아쉬움 대신 '도전'을 이야기 했다.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앞으로 다가올 경기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소득이다. 아쉬움보다 기대가 큰 이유다." 부산은 챌린지 10경기 중 이정협이 A대표팀 소집,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던 3경기서 무승에 그쳤다. 그가 나선 7경기에선 무패다. 팀 흐름이 공교롭게 맞춰진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이정협은 "내가 없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이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상대가 그만큼 대비를 많이 하는 것"이라며 "경남전(3일·0대1패) 역시 상대가 워낙 준비를 잘했고 수비가 탄탄했다"고 평했다.
이정협의 최근 활약과 맞물려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그를 중용해 온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하는 A대표팀의 행보가 편하지 않은 상황. 이런 가운데 6월 카타르 원정 소집이 다가오고 있다. 과연 황태자는 은사의 선택을 받아 위기에 빠진 은사를 구할까. 이정협은 "3월 소집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를 떠나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아직 대표팀 소집 전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내가 선택을 받을 지도 불분명하다. 지금은 나를 일으켜 세워준 부산을 위해 헌신할 때"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종에선은) 매 경기가 승부처다. 다가오는 승부들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선수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선수,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에 선택되면 똑같은 각오를 가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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