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4일. FA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를 자신의 새로운 팀으로 선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계약금과 연봉을 합친 4년간의 몸값이 무려 100억원. 사상 최초로 100억원 몸값을 받는 선수가 탄생했다.
2년전 FA로 100억원을 받고싶다고 했던 그의 바람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그가 큰 금액으로 KIA로 이적했을 때 반긴 팬들도 있을 것이고, 너무 많은 돈을 줬다고 생각한 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준 100억원이 아깝다고 하는 KIA팬이 있을까.
시즌이 개막한지 40여일이 된 지금. 최형우는 이젠 더이상 낯설지 않은 KIA의 4번타자로 우뚝섰다. 그의 한방에 모든 KIA팬들이 환호를 하고 박수를 보낸다.
최형우는 13일 인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서 자신의 가치를 수많은 팬들앞에서 증명했다. 단 두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면서 연패에서 탈출시켰다.
1-3으로 뒤진 9회초 1사후 안치홍이 SK 마무리 서진용으로부터 깨끗한 중전안타를 친 뒤 타석에 최형우가 들어섰다. 최형우가 한방을 쳐준다면 곧바로 동점. 홈런이 아니라면 안타라도 쳐서 2점을 뽑을 수 있는 찬스를 만들어야했다. 최형우가 아웃된다면 2아웃이 되는 것은 물론 가장 믿는 타자가 아웃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분위기가 다운될 수 있었다.
최형우는 서진용의 126㎞의 포크볼을 제대로 받아쳐 큰 타구를 만들었다. 친 순간 홈런을 예상할 수 있었고, 자신도 홈런을 직감한 듯 팔로스루를 한 뒤 타구를 보며 잠시 멈췄다. 극적인 동점포.이어 3-3 동점이 계속되던 연장 11회초. 1사후 다시 안치홍이 내야안타로 출루하고 최형우가 들어섰을 때 팬들은 다시한번 최형우의 한방을 기대했고, 그는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SK구원투수 채병용의 137㎞ 직구를 걷어올려 또한번 우측 담장을 넘겼다. 5대3의 승리를 만드는 귀중한 연타석 투런포였다.
KIA는 광주에서 kt에 2연패를 했고, 12일 SK에게 다시 2대4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1위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연패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믿는 투수인 헥터가 나왔음에도 타선이 터지지 않아 끌려갔고, 4연패라는 두려움이 몰려드는 찰나에 최형우가 스윙 두번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최형우의 홈런 덕에 3연패에서 탈출한 KIA는 이날 패한 2위 NC 다이노스와 2게임차로 벌리며 한숨 돌렸다.
최형우는 13일까지 타율 3할5푼4리(5위), 9홈런(공동 4위), 30타점(1위), 28득점(3위) 46안타(6위), 출루율 4할4푼8리(3위), 장타율 7할1푼5리(2위)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10위내에 들어있다. 특히 타점 1위로 KIA가 자신을 거액에 데려온 보람을 느끼게 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적 뿐만 아니라 성실한 자세와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팀에 잘 녹아드는 성격 등으로 동료들과 화합하는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100억원은 물론 큰 돈이다. 그러나 그 많은 돈을 잊게 만드는 그의 활약이 더 눈에 띈다. 잘 데려왔다는 말 외엔 할 얘기가 없을 것 같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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