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인피니트 엘이 드디어 연기돌 꼬리표를 뗐다.
엘은 MBC 수목극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에서 천민 이선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사실 엘이 '군주'에 캐스팅 됐을 때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최근 임시완 박형식 준호 등 연기돌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연기돌에 대한 선입견이 남아있고, 엘 또한 2010년 KBS2 '공부의 신'으로 처음 연기 맛을 본 뒤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 MBC '엄마가 뭐길래' '앙큼한 돌싱녀' 등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이렇다 할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군주'는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사극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아직은 연기 내공이 부족한 것으로 보였던 엘이 사극 특유의 대사톤과 발성을 소화할 수 있을지, 그의 미묘한 하이톤이 사극에 어울릴 것인지도 우려 요소였다.
하지만 엘은 각고의 노력 끝에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났다. 첫 방송부터 인피니트 엘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사극에 익숙한 유승호-김소현과 무리 없이 호흡을 맞추더니 18일 방송에서는 소름돋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방송에서 천민 이선은 세자에게 접근한 편수회 세작이라는 의심을 받아 물고문을 당했다. 왕(김명수)은 왜 세자에게 접근한 것인지 추궁했지만 이선은 "성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맞섰다. 특히 "너 따위의 충성이 필요할 정도로 세자가 나약해 보였냐", "너 따위가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신분이냐"는 등 서슬 퍼런 고문과 추궁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비천한 것은 충성도 하면 안되냐. 일이 너무 힘들다. 아픈 어미가 있다. 아비마저 죽었으니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험악하다. 아무 걱정 없이 배 곯지 않고 좋아하는 글공부를 마음껏 하고 싶었다"며 오열, 시청자의 숨을 멈추게 했다.
이선은 비상한 머리를 갖고 태어났지만 천민 신분이라는 이유로 글공부도 하지 못하고 모든 가능성과 꿈을 꺾은채 살아왔다. 하지만 그 신분의 굴레에 갇혀 아버지까지 잃었다. 이번 물고문 신은 그렇게 살아온 천민 이선의 분노와 좌절감, 그리고 한가닥 희망이 되어준 세자 이선(유승호)을 향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복합적으로 터진 장면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온몸을 오들오들 떨며 절규하는 엘의 모습은 이전까지 그가 보여줬던 연기와는 차원이 다른 급이라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은 이미지가 생명이다. 특히 엘은 인피니트에서 '잘생김'을 담당하고 있는 멤버다. 그런 그가 잘생김도, 아이돌로서의 화려한 이미지도 내려놓고 천민 이선에 완벽하게 녹아든 것.
특히 엘은 이번 장면을 위해 말 그대로 몸을 불살랐다. '군주'가 반사전제작된 탓에 해당 장면은 한겨울에 촬영됐는데 엘은 혹한 속에서도 옷을 걸치지 않고 대역조차 쓰지 않은 채 촬영에 임했다. 직접 물고문을 당해 숨이 막히는 극한 상황을 체험하며 캐릭터의 감정선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 장기간 이어진 힘든 촬영이었지만 엘은 대역 없이 물고문 신을 모두 소화했다.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위경련 등의 통증을 호소해 응급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첫 사극 도전인 만큼 엘 본인이 많은 열정을 보이고 있다. 촬영 중간중간 짬 나는 대로 연기 레슨을 받으며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엘의 연기 열정에 시청자들도 그의 존재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연기돌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만 갈수록 터져나오는 존재감에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도 잊고 화면을 지켜봤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시청률도 껑충 뛰었다. 이날 방송된 '군주' 7,8회는 각각 12%, 1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17일 방송된 6(11.2%),7회(12%)보다 높은 수치이자 자체 최고 기록이다. 이로써 '군주'는 수목극 왕좌를 굳히는데 성공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2 '추리의 여왕'은 8.2%, SBS '수상한 파트너'는 6.8%, 7.4%의 시청률을 보였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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