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 이면에는 프런트와 현장의 적극적인 소통이 있다.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단장과 감독을 모두 교체했다. 먼저 지난해 10월 민경삼 단장 체제에서 미국과 일본 야구를 모두 경험한 트레이 힐만 감독을 영입했다. 힐만 감독은 싱글 A부터 트리플 A까지 다양한 레벨의 마이너리그 팀을 지도했다. 2003~2007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를 지휘하면서, 팀을 2006년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사령탑을 맡았다. SK는 새 바람을 원했다.
그리고, 올 해 1월 SK는 다시 한 번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다. 염경엽 단장 영입이었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SK 감독'설이 돌았던 염 단장이었다. 염 단장은 박종훈 한화 이글스 단장에 이어 두 번째 1군 감독 출신 단장이 됐다. 염 단장도 넥센 히어로즈 감독 시절(2013~2016년) 팀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 시키는 등 명장 반열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렇게 최초로 외국인 감독-선수 출신 단장 조합이 이루어졌다.
이미 감독으로 성공을 거둔 염 단장이기에,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염 단장은 취임 당시 "외국인 힐만 감독을 KBO리그에서 성공시키는 게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 그 약속대로 염 단장은 그림자처럼 힐만 감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실 힐만 감독은 전임 단장이 영입한 인물이다. 관계가 애매할 수도 있으나, 염 단장과 힐만 감독은 거의 매일 얘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졌다. 힐만 감독의 가족이 한국을 찾았을 때, 염 단장의 딸이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팀 성적이 초반에는 좋지 않았다. 개막 6연패로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7연승을 달리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안정을 찾은 뒤 힐만 감독은 "연패 기간에도 분위기는 좋았다"며 "프런트는 긴 연패에도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염 단장과 코치들이 좋은 정보를 많이 주고 있다. 구단 내에서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 역시 염 단장의 성공을 알고 있었다. 그는 "염 단장이 캠프 때부터, 상대 팀으로 봤던 SK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해줬다. 다른 팀들에 대한 정보도 많이 줬다. 감독으로 성공을 거둔 야구인의 이야기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염 단장은 감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결정권을 나에게 준다"고 설명했다. 염 단장의 감독 경험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누구보다 감독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운드 운용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좌완 김태훈은 둘의 성공적인 합작품이다. 김태훈은 2009년 1차 지명 출신인데 그동안 부상, 부진이 겹쳐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 8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2.28(23⅔이닝 6자책점)를 기록하고 있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전천후 자원이다. 힐만 감독은 "김태훈을 가끔 선발로 투입하면서, 기존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투입된다. 힐만 감독은 "김태훈을 믿기 때문에, 접전 상황에서 내보내는 것이다"고 했다.
김태훈의 선발 전환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는 염 단장의 제안이었다. 힐만 감독은 "염 단장의 역할이 컸다. 김태훈을 2군으로 보낼 때, 선발 활용을 위해 투구수를 늘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선발로 준비하도록 했다. 스프링캠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했다. 정말 잘 해주고 있다. 불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 단장 주도해 단행한 트레이드 자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수광은 작전, 대수비 상황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격에서 지난해 같은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힐만 감독은 항상 노수광을 감싼다. 김민식을 내주고 데려온 포수 이홍구도 7일까지 9홈런을 때렸다. 현장은 프런트의 결정에 따랐고, 새 자원들을 기용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 현재 SK의 매끄러운 선수 운용, 성적이 염 단장과 힐만 감독의 호흡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