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에 변화 바람이 분다. 이번주 신예 사이더암 김재영(24)이 다시 1군 무대를 밟는다. 지난달 13일 LG트윈스를 상대로 6⅔이닝 무실점 선발승을 거두며 한화팬들을 열광시킨 지 꼭 한달만이다.
한화는 지난 주말 손가락 부상과 출전정지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온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옆구리 복사근 근육손상으로 6주 진단을 받은 알렉시 오간도가 1군 자리바꿈을 했다. 선발진 구멍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외야수 이동훈과 내야수 김회성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김재영의 콜업이 예상된다.
김재영은 어떤 보직을 부여받게 될까. 일단 선발이다.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은 최근 "김재영에게 선발 임무를 줘볼까 한다. 선발로 던졌을 때 나쁘지 않았다. 이후 불펜으로 던질 때는 좋은 흐름이 아니었다. 본인도 선발로 나섰을 때 가진 좋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선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금 위기다. 8위와 9위를 오가지만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여력이 부족하다. 우선 타선 응집력이 부족하다. 김태균과 로사리오, 송광민 등 중심타선이 한꺼번에 터지는 날이 매우 드물다. 득점권 타율은 2할7푼8리로 전체 8위다. 중심타선 장타율도 4할4푼5리로 전체 8위. 여기에 선발진 붕괴와 불펜진 부진도 겹쳤다. 외국인투수 알렉시 오간도의 부상은 마운드 고민을 가중시킨다. 오간도의 구위와 연봉(180만달러)를 감안할 때 외국인 투수 교체는 거의 불가능이다.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 앉아서 고통을 감내하게 생겼다.
뭔가 반전 요소가 필요하다. 팀분위기 전환 특효약은 역시 선발투수의 호투다. 특히 선발 유망주의 활약은 효과가 두배 세배다.
김재영을 바라보는 한화팬들의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선발로 고정될 분위기였지만 선발 호투 뒤 곧바로 중간계투로 강등됐다. 5월19일 삼성전 ⅓이닝 무실점, 5월20일 삼성전 ⅓이닝 2실점(1자책). 결과는 나빴다. 불펜등판 분위기는 선발로 던질 때와는 달랐다. 당시 김성근 전 감독은 김재영에게 휴식을 줌과 동시에 밸런스 재점검을 위해 2군행을 명했다. 장민재와 박정진이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올 타이밍이기도 했다. 한화에는 커리어가 빵빵한 베테랑 투수들이 많다. 그래도 김재영은 일단 빠른 볼을 뿌리는 사이드암이라는 희소성과 잠재력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김재영의 2군 생활이 한달 넘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김재영의 2군 성적이 들쭉날쭉하면서 1군 콜업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난달 1군콜업전 2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1.03을 기록중이던 김재영은 최근까지 2군에서 5경기를 더 던졌고 1군 성적은 5승2패, 4.02로 급격히 나빠졌다. 2군에서 8실점→1실점→6실점→4실점으로 매번 컨디션이 왔다갔다했다.
한화 코칭스태프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2군에서 좋아지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1군에서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고 봤다. 2군에서는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판단도 했다. 한화의 희망사항은 간단하다. 한달전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힘있는 직구와 예리한 포크볼로 상대를 요리하던 핵잠수함을 다시 보고싶을 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