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 축구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더 일찍 떠났어야 할 사람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시기를 실기한 측면이 없지 않다. 좀 더 빨랐으면 '도하 참사'도 없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할 뿐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쓸쓸한 퇴장에 기자 또한 만감이 교차한다.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후 어수선한 정국에서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았다. 한때 팬들로부터 '갓틸리케', '실학축구', '늪축구' 등 귓가가 즐거운 다양한 찬사도 받았다. 평가대로 '초심'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했다.
그러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부터 슈틸리케 감독 축구에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실 인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내용이 아닌 기록에 도취됐고, '초심'도 흐려졌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보는 듯 했다. 여러차례 경고음을 날렸지만 그는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결국 최종예선에서 탈이 나고 말았다. 전장의 장수는 성패에 책임을 져야한다. 간단한 명제다. 슈틸리케 감독도 거역할 수 없었다. 다만 감독 교체로 끝이 난다면 악순환의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A대표팀의 위기, 냉정하게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최소한의 현실 진단이 수반돼야 한다. 거두절미하고 모든 것을 슈틸리케 감독의 탓으로 돌리기엔 현주소는 참담할 정도로 어지럽다. 새 감독이 와도 쉽게 수습할 수 있을 지 물음표일 정도로 혼돈의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위기의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다.
흔들리는 A대표팀, 그 중심에 바로 선수들이 있다. 지난해부터 솔솔찮게 들렸던 것이 선수단 내부의 파열음이다. 그들은 부인할지 모르지만 태극마크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원정에서는 균열의 강도가 더 강했고, 실제로 팀내 '세대 단절'도 있었다. '끼리끼리' 몰려 다니며 웅성거렸고, 믿음이 실종된 자리에 불신이 똬리를 틀었다. 한 마디로 중구난방이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한국 축구는 위기에 더 강해진다'는 수사는 그저 다른 세상 얘기였다.
하나되지 못한 팀, 외국인 감독은 그저 주변인에 불과했다.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안일한 인식은 '아시아의 동네북'으로 이어졌고, 선수들 또한 감독 교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탈출구는 멀리 있지 않다. 선수들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한다.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월드컵 출전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으로 착각한다면 틀려도 한참 틀렸다. 8회 연속 월드컵 출전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떠났고, 한국 축구는 또 다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의 종착역이 목전이고, 남은 2경기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새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원팀'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선수 각 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모두를 품에 안아야 하지만 만에 하나 '윈팀'에 반할 경우에는 그 누구라도 가차없이 칼을 빼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름값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잘라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여러모로 한국 축구가 어수선하다. '좋은 게 좋다'로는 극약 처방이 될 수 없다. '네탓'이 아닌 '내탓'이다. '나'를 버리고 '우리'가 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월드컵 연속 출전의 역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은? 암흑이다.
모바일 팀장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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