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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용품 전문업체 '빅라인스포츠' 유부근 대표(58)는 "학교 졸업하고 오빠 일 도와준다는 핑계로 고향 논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아버지가 워낙 엄하셔서 빨리 집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웃음) 시골에선 축구를 좋아했는데, 야구 보고 야구인 만나니 재미있고 신기했다"며 웃었다. 1979년 동대문야구장 건너편 오빠 체육사에서 경리 겸 영업 일을 시작해 야구 보고 선수, 코치, 감독 만나는 게 일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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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인스포츠가 만든 야구공은 프로야구에 단일구가 도입되기 전인 2015년, 10개 구단 중 5개팀이 공식구로 사용했다. 빅라인스포츠는 빅라인 야구공을 생산하면서, 유니폼, 스파이크, 보호장비, 피칭머신 등 40여가지 야구 용품, 장비를 공급한다. 야구에 필요한 모든 걸 다룬다고 보면 된다. 프로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때 슬라이딩 팬티부터 16가지 개인 용품이 필요하다. 매출액이 40억원 안팎이고, 직원 11명이 일하는 빅라인스포츠. 영세해 보이지만, 야구 용품 유통 구조를 꿰뚫고 있는 유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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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품 납품에 문제가 생기면 오빠는 슬쩍 여동생을 앞세웠다. "오빠가 시켜 고 김동엽 해태 감독님을 찾아갔는데, '왜 어린 걸 보내'라며 버럭 화를 냈다. '오빠 바빠요'라고 했더니, 그냥 넘어가더라.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님이 충암고 계실 때 인사하러 갔는데, 그 때 (김)정준이(전 한화 코치)는 꼬마였다."
그리고 2003년, 야구공 생산업체 빅라인을 덜컥 인수했다. 유 대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축구붐을 타고 유럽 축구 브랜드를 론칭해 돈을 좀 벌었다.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중이었는데, 빅라인에서 인수를 권유했다. 우리 직원들도 '사장님 인맥이면 문제없다'고 부추겼다.(웃음) 그 돈으로 건물을 지었어야하는데…. 빅라인 인수하고 3년간 고생 정말 많이 했다. 아무리 잘 아는 사이라도 막상 프로팀 찾아가 '우리 공 써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공들고 일본 오키나와, 고치 캠프를 찾아다녔다.
지금까지 생산해 공급한 공이 몇개나 될까. 유 대표는 "어림잡아 100만개는 넘을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중고교, 대학팀을 찾아가 매년 선수 유니폼, 신발 사이즈를 쟀다. 선수들이 성장해 프로 선수가 되고, 지도자가 됐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선수별로 사이즈를 공책에 적어두고, 머릿속에 넣어뒀다. 공책 속의 수치가 쌓여가면서 선수도 자랐다. 한 야구인이 운동화 하나 보내달라고 해 "270mm 맞지" 했더니 "아직도 기억해?"라며 깜짝 놀라더란다.
고교, 대학 선수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김광림 kt 위즈 타격 코치다. 유 대표는 "공주고 시절부터 쭉 봤는데 얌전하고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고 했다. 또래들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고, 위아래 선수들의 여동생, 누나가 됐다. 선수들이 여자친구를 만나고,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가족과 함께 했다.
"실업 롯데 방배동 숙소 가면 천보성 이해창 손상대 정현발같은 선수들이 계셨다. 이분들이 내가 가면 밥 챙겨주고 그랬다. 여동생같다고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또래 친구들이 다치거나 선배들한테 맞아 의기소침해 있으면, 자장면 사주고 당구장 따라가 '게임돌이'도 해주고."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는 야구장에서 보면 "고모 오셨냐"며 반긴다고 한다.
KBO는 2015년 12월에 KBO리그 사용구를 1개 브랜드 제품으로 단일화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던 유 대표는 "5개 팀이 우리 공을 쓰고 있었고, 우리 제품이 좋아 되겠거니 생각했다. 탈락해 자존심 많이 상했다"고 했다.
사실 프로야구 단일구로 선정됐다고 해도 원가 수준에서 납품하는 구조라 마진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도 브랜드 위상이 걸린 일이다보니, 다를 기를 쓰고 나선다.
유 대표는 한 시즌 평균 100경기를 관전한다. 아무래도 야구 용품을 유심히 보게 된다고 했다.
'야구가 인생'이라고 말하는 유 대표에게 '야구를 통해 얻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한참 생각하다가 "사람을 얻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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