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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종영②] 父女로맨스→다크히어로…김영광의 인생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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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월화극 '파수꾼'은 김영광이라는 배우를 재평가하게 만든 작품이다.

김영광은 모델 출신 연기자라는 선입견에 갇혀있던 배우 중 하나다. 이기적일 정도로 완벽한 비율과 훤칠한 외모,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톤까지 갖췄지만 유독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그를 다시 보게 된 건 KBS2 '우리 집에 사는 남자'를 통해서다. '우리 집에 사는 남자'에서 고난길 역을 맡은 그는 수애와의 애틋하고 절절한 부녀 로맨스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언제나 든든한 흑기사처럼 수애의 곁을 지키고 그를 위해 모든 걸 내려놓는 상남자의 순애보를 그려내며 배우 김영광의 연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왔다.

호기심은 만족으로 이어졌다. '파수꾼'에서 장도한 역을 맡은 그는 다크 히어로로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장도한은 윤승로(최무성)의 충견인 척 하면서 파수꾼의 수장으로 조수지(이시영) 서보미(김슬기) 공경수(김기범)에게 지령을 내리는 인물이다. 속된 말로 폼 잡기 좋은 캐릭터라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장도한과 같은 캐릭터야 말로 연기하기 어렵다. 누구에게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정체도 숨겨야 하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 무언가를 보여줄 기회가 없다. 그 흔한 멜로조차 없다. 아주 작은 표정 변화와 절제된 감성으로 캐릭터의 모든 서사를 풀어내야 하는 만큼, 과장된 오버 액션보다 더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하지만 김영광의 연기는 '정말 김영광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탁월했다. 윤승로에 대한 불타는 복수심과 적개심을 애써 감추며 억지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고, 파수꾼의 수장으로서 보여주는 날선 카리스마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결국 윤승로를 잡기 위해 내부 고발자가 된 그가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분노를 폭발시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은 그의 깊은 상처와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신이라 몰입을 높였다. 이처럼 입꼬리를 살짝 올리거나 눈썹을 치켜 세우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시청자의 감성까지 쥐락펴락하는 김영광의 내공에 장도한 캐릭터는 생생하게 살아 뛰놀 수 있었다.

김영광의 물 오른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다.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면 '인생 연기', '인생 캐릭터', '김영광의 재발견'이라는 등 칭찬일색이다. 꾸준한 노력과 자기 계발이 드디어 빛을 발한 셈이다. 이제는 모델 출신 연기자가 아닌 배우로서 김영광이 열어갈 2막에 관심이 쏠린다.

'파수꾼'은 11일 종영한다. 후속으로는 '왕은 사랑한다'가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