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였다. 사업가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였다. 또래보다 늦은 나이였다. 그만큼 더 많은 땀을 쏟아야 했다.
소녀는 금새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당시 공이 스윗 스팟에 맞는 느낌이 좋았다." '훈련 벌레'였다. 기량도 빠르게 성장했다. 그렇다고 앞서나가지 않았다. 고교 3학년 때 첫 세미프로(준회원)을 취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회원 자격을 따냈다. 주인공은 '미녀 골퍼' 이신의(21)다.
사실 골프 인생에 굴곡이 많았다. 부상이 계속해서 괴롭혔다. 양쪽 무릎과 왼손목 수술과 아킬레스건염 등 그의 몸은 종합병동이었다. 그러나 이신의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긍정적인 생각'이다. 이신의는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 때마다 골프가 잘 돼 조금씩 희망을 찾을 수 있었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부활의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KLPGA 영광CC배 점프투어 1차전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이신의는 "학업(대학교 재학)도 포기하면서까지 골프에 매진해왔다. 아파도 하고 싶다. 그만큼 매력있는 운동"이라며 웃었다.
이신의는 이를 악물었다. 동기들은 이미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1996년생인 오지현(KB금융그룹)과 이정은(토니모리)이다. 2014년부터 KLPGA 투어를 뛰고 있는 오지현은 이미 개인통산 3승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도 들어올리면서 '지현 시대'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KLPGA 투어 신인왕인 이정은은 이번 시즌 '핫'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전반기에만 시즌 2승을 달성했다.
이에 대해 이신의는 "동기들이 부럽다"면서도 "칼이라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한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목표는 연말 KLPGA 투어 시드전을 통과하는 것이다. 30위 안에 들어야 시드를 받을 수 있다.김해에서 재활과 훈련을 겸하고 있는 이신의는 "나는 부상을 안고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드림투어 후반기에 부상으로 인해 연습량이 부족한 것에 비해 내용이 좋았다"며 희망을 노래했다.
롤모델은 '원조 골프 여제' 박세리(40·은퇴)다. 이신의는 "여자가 봐도 멋있다. 카리스마가 넘쳐 흐른다. 특히 롱런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신의의 최종목표도 '롱런'이다. 이신의는 "박세리 뿐만 아니라 안시현 홍진주 등 선배님들을 보면서 롱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스물 한 살 이신의의 골프 인생은 이제 시작됐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