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27)는 올해초 타격보다 수비에서 기대할 것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입단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10경기를 뛴 것이 전부고, 2011년 시작한 마이너리그서도 시즌 타율 3할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타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불안정한 내야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번즈를 선택했다. 타격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2할7푼대 이상만 쳐주면 나머지는 수비 실력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번즈는 KBO리그 무대서 최정성급 수비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29일 현재 2루수로 700이닝 이상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번즈는 9할8푼4리의 수비율로 SK 와이번스 김성현(0.992), kt 위즈 박경수(0.987)에 이어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단순히 실책수만 가지고 평가할 수 없는 수비력에서도 으뜸이다. 수비폭, 타구판단, 더블플레이에서 '메이저리그급'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하지만 타격에서는 항상 아쉬움을 남긴 것 또한 사실이다. 삼진을 많이 당하고 찬스에서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타격이 성급하고 유인구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었다. 전반기 한때 1,2번이었던 타순이 시간이 흐르면서 6번, 7번 타순으로 밀리더니 9번 타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 타자의 경우 수비가 아무리 뛰어나도 타석에서 공헌도가 떨어지면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번즈로서는 위기감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롯데의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가 1장이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번즈도 교체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팀 상승세와 맞물려 번즈도 반등세가 뚜렷하다. 수비는 여전히 일품이고, 타격에서도 완전히 감을 찾은 모습이다. 지난 29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번즈는 5타수 2안타 1타점을 때렸다. 7번 2루수로 출전한 번즈는 6회초 두산 선발 장원준의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안타를 터뜨렸고, 7회초에는 4-4 동점 상황에서 바뀐 투수 이현승의 140㎞ 직구를 잡아당겨 좌전적시타를 날렸다.
번즈의 최근 타격감은 절정이다. 지난 22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최근 7경기 연속 안타, 5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을 벌인 번즈는 2할5푼대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2할8푼1리로 끌어올렸다. 번즈가 하위타선의 핵으로 활약하면서 롯데는 타선의 짜임새가 한층 높아졌다.
번즈가 이처럼 상승세를 탄 것은 타격 매커니즘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경기 비디오 영상을 보며 상대를 분석했고, 최근에는 조원우 감독의 일대일 레슨이 있었다. 조 감독은 "타이밍이 문제였다. 공을 최대한 뒤에 갖다놓고 치라는 주문을 했다. 성급하게 앞으로 내밀며 치는 바람에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워낙 승부욕이 넘치는 스타일로 책임감도 인정을 받는 선수이기 때문에 번즈의 타격 상승세는 롯데의 공수에서 모두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