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승 투수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가뜩이나 투수가 없는 넥센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시즌 후반 최고의 고비를 만났다.
넥센은 9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우완 투수 최원태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원인은 어깨와 팔꿈치 피로 누적. 최원태는 올해가 데뷔 후 첫 1군 풀타임 시즌이다. 2015년 프로에 입단했지만 지난해에 데뷔전을 치렀고, 17경기에서 61이닝을 던졌다.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신인 때부터 선발 요원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세웠고, 올해가 처음으로 성과를 뚜렷하게 낸 시즌이다. 스프링캠프부터 페이스가 좋았던 최원태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한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던 선발 투수다. 지난 6일 SK전까지 25경기 149⅓이닝을 던졌다. 소화 이닝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훌쩍 늘어났다. 경기당 평균 6이닝을 던졌을만큼 페이스가 좋았다. 팀내 유일한 규정 이닝 투수이기도 하다.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 부상, 중도 교체로 정규 이닝을 채우지 못한 가운데 넥센 선발진의 사실상 기둥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팀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최원태는 올해 11승7패로 순항 중이었다. 선발이 빈약한 넥센의 사정상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로 자리잡았다. 한현희와 조상우의 선발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나머지 국내 투수들이 돌아가면서 로테이션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런 최원태가 전력에서 이탈한 것은 단연 올 시즌 넥센의 최대 위기다. 넥센은 현재 LG 트윈스, SK 와이번스와 5위 자리를 놓고 매일매일 혈투를 펼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3승1무6패로 팀 성적이 주춤한 가운데, 연일 순위 경쟁권 팀들과 박빙의 경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투수들의 피로도도 쌓여있다.
그렇다고 불펜도 여유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현희 김상수 이보근 등이 필승조로 뒷문을 막고 있지만, 최근 경기 흐름을 보면 굳이 역할을 나눌 수 없다. 1~2점 차 이내 접전 상황이 매일 이어져 불펜도 지친 상태다.
넥센은 시즌 종료까지 12경기가 남아있다. 홈이 고척돔이라서 잔여 경기 일정은 널널하다. 그러나 현재 마운드 상황을 고려했을때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걱정이 많다. 최원태가 빠진 후반부 최대 고비를 과연 어떻게 넘길 것인가.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