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범죄 스릴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 그린피쉬 제작)의 배우 설경구가 비수기 극장, 외화천하 속에서 흥행 1위를 지키며 충무로 자존심을 세웠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 집계에 따르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지난 14일 7만1049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누적 관객수는 157만9884명으로 집계됐다.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혔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 등이 가세했고 '용의자' '세븐 데이즈'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름 블록버스터 대전이 끝난 뒤 10월 추석 연휴까지 비수기에 접어든 9월 극장가. 녹록지 않은 상황 속 지난 6일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을 들고 관객을 찾은 설경구는 5일 만에 100만 돌파, 8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느리지만 강렬한 흥행 독주를 펼치고 있다. 무려 9일간 흥행 1위를 지키며 9월 극장가를 사로잡은 그는 '지천명 아이돌'다운 화력으로 조용한 극장가에 불을 켰다.
특히 설경구의 활약이 눈길을 끄는 대목은 비수기 극장을 공략한 외화들의 공세 속에서도 꿋꿋하게 흥행 정상을 지켰다는 점. 강력한 경쟁작으로 떠오른 범죄 액션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에드가 라이트 감독) '아메리칸 메이드'(더그 라이만 감독)가 지난 14일 개봉했지만 흥행 정상에 뿌리를 내린 설경구를 위협하기엔 부족했던 것. 두 작품은 개봉 첫날 각각 5만1789명(누적 8만3829명), 4만9203명(누적 4만9713명)으로 2위, 3위에 머물렀다.
이뿐만 아니다. 4위 '킬러의 보디가드'(패트릭 휴즈 감독) 5위 '그것'(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 등 박스오피스 상위권 2위부터 5위가 모두 외화로 채워진 상황 속 유일하게 설경구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1위를 차지, 충무로 자존심을 지켰다.
이러한 설경구의 흥행세는 오는 27일 개봉하는 추석 대작 '킹스맨: 골든 서클'(매튜 본 감독)이 개봉하기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더욱 시선을 끄는 지점은 그가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4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기록을 더할 지다.
앞서 설경구는 영화 '소원'(13, 이준익 감독) 이후 '나의 독재자'(14, 이해준 감독) '서부전선'(15, 천성일 감독) '루시드 드림'(16, 김준성 감독), 그리고 지난 5월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까지 자신의 주연작으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흥행작을 만들지 못했다. 흥행의 기준점으로 불리는 손익분기점을 4년째 넘지 못해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 것.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단 이미 150만명을 돌파한 '살인자의 기억법'의 손익분기점은 220만명. 앞으로 2주간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것은 물론 여기에 N차 관람을 시작한 설경구의 팬덤까지 더해져 손익분기점 돌파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써 설경구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흥행의 맛을 볼 수 있게 됐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