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진 국가대표 '에이스'의 계보. KBO리그 레전드이자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있는 선동열 감독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KBO리그에서는 언제부턴가 'S급 투수'들이 떠오르지 않고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영광을 누렸을 당시 대표팀에는 '류윤김'으로 불리는 류현진-윤석민-김광현이 있었다. 1986~1988년생인 투수들은 20대 초반부터 소속팀의 핵심 투수로 성장해 곧장 국가대표를 꿰찼고,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중책을 맡아 국제 대회를 누볐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 KIA 타이거즈 양현종 등 이후로도 해외 진출까지 노려볼만 한 좋은 투수들은 끊임없이 있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 갓 진입한 어린 투수들 가운데, 20대 초반 '류윤김'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는 투수는 거의 없다. 엄청난 잠재력과 좋은 공을 가지고는 있어도 꾸준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 물론 10년 전과 비교해 리그 전체적인 수준이나 분위기, 구단의 육성 기조 등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회를 주목해볼만 하다. 기존 특별한 의미가 없었던 '아시아시리즈'가 폐지된 후 '만 24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을 두고 한국-일본-대만 사이에 신설된 대회다. KBO리그 입장에서는 젊은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대표팀 입장에서는 새얼굴들의 가능성을 발굴하는 절호의 기회다. 또 처음으로 대표팀 전담 사령탑이 된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첫 대회이기도 하다.
10일 발표된 25인 최종 엔트리에서 투수는 총 12명. 올 시즌 선발로 맹활약을 펼친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나 NC 다이노스 장현식, KIA 임기영 외에도 롯데 박진형, LG 트윈스 김대현 등 각 팀의 대표 '영건'들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단다. 연령 제한이 없었다면 선배들에 밀려 대표팀 승선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대회를 앞두고 이들에게 주어진 엄청난 찬스다.
팬들은 '신예 에이스급 투수'에 대한 갈증이 분명히 있다. 선동열 감독 역시 이 점을 잘알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표팀 엔트리를 구성할 때도 고심에 고심을 더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주겠다"며 와일드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젊은 투수들이 낯선 외국의 타자들을 상대하고, 기량이 출중한 외국 투수들의 투구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이번 대회는 젊은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대표팀에 투수 없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우리선수들이 자기가 가진 공을 던지면 문제가 없다. 다만 긴장을 하기 때문에 자기 공을 못던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나도 국제 대회에 참가해봤고, 코치로도 경험을 해봤지만 실력 그대로만 하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긴장하면 실투, 볼넷이 나오는데 이 부분만 줄여주면 분명 결과는 좋은 쪽으로 나올 것이다. 이번 대회가 젊은 투수들이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KBO는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한국야구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표팀 전담팀을 꾸렸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거둔 좋은 성적으로 기쁨에 고취됐던 호시절은 지났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탈락의 아픔을 잊지 않고, 진정한 세대 교체를 위해 가야할 때다. 이번 대회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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