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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PGA투어 CJ컵, '토마스'로 시작해 '토마스'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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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로 시작해 토마스로 끝났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 나인브릿지'. 세계랭킹 4위 저스틴 토마스(24·미국) 천하였다. 국내에서 PGA를 처음 접한 한국 골프 팬들은 평범을 거부한 이 사나이에 흠뻑 매료됐다.

토마스는 22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클럽 나인브릿지(파72·719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두 차례 연장 접전 끝에 마크 레시먼(호주·16위)을 꺾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우승상금 166만달러(약 18억8000만원)를 거머쥔 토마스는 PGA 투어 통산 7승째를 거뒀다. 2013년 프로로 전향한 토마스는 2016~2017시즌 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을 포함해 5승을 올리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특히 올 시즌 출전한 PGA 투어 두 번째 대회에서 첫 승을 신고하는 기염을 토했다.

토마스는 대회 개막 전부터 최고의 슈퍼스타로 주목받았다. 세계랭킹 1~3위 더스틴 존슨과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출전하지 않으면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는 토마스였다. 대회의 문이 열리자 토마스는 두 가지 매력으로 한국 골프 팬들의 입이 쩍 벌어지게 했다. 바로 '괴력의 드라이브'와 '성적'이었다. 토마스는 이번 대회에서 무시무시한 장타를 뽐냈다. 353야드인 8번 홀(파4)에선 항상 '원온'을 노렸다. 3라운드에선 티샷이 그린 앞쪽에 튕기더니 그대로 그린을 지나쳐버렸다. 비거리는 400야드에 달했다. 토마스는 "나는 장타자이기 때문에 원온 시도를 하려고 한다. 나는 웨지 샷과 퍼트도 잘 한다. 그러나 8번 홀에선 4라운드 내내 내가 생각한 것만큼 성적이 좋지 않았다. 드라이버 이후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언제든 나는 드라이버로 원온 시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타력이 없으면 투온을 노리기 쉽지 않은 18번 홀(파5)을 포함해 모든 파5홀에서 투온을 시도했다. 똑바로 멀리 보내는 토마스의 특출난 능력에 반한 한국 팬들은 4라운드 내내 토마스 갤러리를 자청하며 '장타쇼'를 한껏 만끽했다.

토마스가 1라운드에서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건 성적이었다. 처음 경험한 코스임에도 9언더파를 기록했다. 전반에만 7타를 줄였다. 이 상승세라면 스스로 예상했던 우승 스코어인 20언더파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었다.

2라운드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인물도 토마스였다. 5번 홀(파4)에서 앞조 선수의 스파이크 자국을 뛰어넘어 치기 위해 퍼터 대신 웨지 클럽으로 퍼트를 했다. 묘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스윙 기계' 같던 토마스도 인간이었다. 대자연 앞에서는 한낱 연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제주도 특유의 돌개바람 앞에서 넋이 나간 듯 보였다. 2라운드에서 2오버파로 부진한 뒤 인터뷰도 거절하며 불편함을 표출했다.

하지만 '스타'는 '스타'였다. 토마스는 수시로 방향이 바뀌어 제대로 샷이 되지 않을 때도 참고 또 참았다. 특히 그의 골프인생에 후퇴는 없었다. 직진만 있었다. 안정보다는 공격적인 플레이에 무게를 뒀다. 압권은 최종라운드에서 펼쳐진 두 번째 연장이었다. 레시먼의 두 번째 샷이 해저드에 빠지면서 토마스는 굳이 투온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토마스는 3번 우드를 꺼내 거침없이 그린을 공략했다. "당시 레이업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웃은 토마스는 "이 먼 곳까지 와서 스리온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투온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런 짜릿함 때문에 프로 골퍼로 활동하는 것 같다"던 토마스는 78명의 참가자 이름이 한글로 담긴 우승 트로피를 마음에 들어했다. "트로피는 정말 독특한 것 같다. 이번 주 시작하기 전 아담 스콧과 봤는데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을 금색으로 해줘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이름을 한글로 어떻게 쓰는지 연구해보겠다."

아시아 대회에서 3승을 챙긴 토마스는 "아시아에서 운이 좋고 경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 아시아의 기운이 내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내년 CJ컵 출전을 예고했다.

서귀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