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니폼을 처음 입던 그 때가 가장 생각이 납니다."
LG 트윈스 팬들에게 아쉬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1군 주전급은 아니었지만, 대수비와 대주자로 좋은 활약을 해주던 내야수 황목치승이 갑작스럽게 은퇴를 한다는 것이었다. 올시즌 중반부터 계속 1군에 생존해 팀에 도움을 줬고, 아직 한국 나이로 33세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 배경이 궁금했다. 특히, 지난 7월26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회말 묘기에 가까운 슬라이딩으로 홈에서 동점 득점을 만드는 장면은 아직도 모든 야구팬들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야구를 하다 LG의 부름을 받았고, 지난 4시즌 동안 묵묵히 자신의 야구를 해온 황목치승은 왜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을까. 황목치승의 얘기를 들어봤다.
-구단은 장인의 사업을 돕는 게 이유라고 했는데, 그게 사실인가.
사실이다. 내 스스로 구단에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당연히 구단에서는 "갑자기 왜 그러느냐"며 만류해주셨다. 하지만 이번 은퇴 결정은 내가 시즌 중반부터 했던 것이다. 1군에 있고, 없고는 상관 없었다.
-어떤 사업이길래 야구선수로서의 삶을 포기하게 됐나.
대단한 건 아니다.(웃음) 장인께서 일본에서 칠기 공예 일을 하신다. 그 일을 배우게 됐다.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다 배운다. 사실 언젠가 야구를 그만두면 이 일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그 기회가 조금 빨리 온 것 뿐이다.
-그래도 유니폼을 벗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딱 하나, 가족만 생각했다. 지난해 결혼했는데, 과연 내가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으로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생각했다. 물론, 야구선수로도 향후 몇년 간 더 뛸 수 있는 자신이 있었지만, 여기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가족을 위한 결정이었다. 힘들게 선택을 했으니, 이제 후회가 없도록 해야한다.
-사연이 많았던 야구 인생이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LG 입단이 확정되고, 처음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을 때다. 한 번 포기했던 야구였는데 프로 유니폼을, 그것도 최고의 팀이라는 LG의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 감격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어떻게 한국에서 야구를 하게 됐나.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며 야구를 했다. 그리고 야구에 대한 꿈을 접었었다. 군에 입대하려 한국에 왔는데, 발목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면제 판정을 받았었다. 그렇게 생각지 못했던 시간이 주어졌고, 제주도(황목치승은 제주도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다녔다. 이후 일본으로 넘어갔다.)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때 제주도에서 '생활체육 세계대회'가 열렸는데 제주도 친구들의 권유에 선수로 뛰었다. 그 때 한 번 더 '프로 선수로 도전을 해볼까'라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리고 운명처럼 고양 원더스라는 팀을 만났다.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먼저 얘기했던 제주도 친구들. 나 하나 프로 선수로 만들어보겠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와 함께 연습을 해줬다. 자기 일도 아닌데, 배팅볼 던져주고 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울컥하다. 그리고 나에게 처음 기회를 주신 고양 원더스 허 민 구단주님과 많은 가르침을 주신 김성근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또, LG에서 보잘 것 없는 나에게 기회를 주셨던 김기태 감독님, 양상문 감독님, 그리고 모든 코치님들도 생각이 난다.
-7월 넥센전의 슬라이딩, 황목치승이라는 선수를 영원히 기억하게 할 장면이었다.
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플레이를 하나 남겨 다행이다.(웃음) 그 슬라이딩 뿐 아니라, 매 순간 팀을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 그래서 후회는 남기지 않으려 한다. 여러번 위기가 있었던 야구 인생이었는데, 그래도 LG라는 팀에서 뛰어 행복했다.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내가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내가 가진 실력은 다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새 인생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해나가고 싶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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