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새로운 자원이 돌고 돌아야 건강한 생명력이 만들어진다. KIA 타이거즈의 올 시즌 통합 우승은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8~90년대 어마어마한 전성기를 누릴 때의 '해태 타이거즈'는 광주 순혈주의로 똘똘 뭉친 팀이었다. 사실 FA 제도도 없었고, 전력 보강 차원에서의 트레이드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시기라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 팀 컬러의 특색이 너무나 강했던 시기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활발한 FA 투자와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의 선수를 모을 수 있다. 그래서 이제 KIA 타이거즈는 더 이상 '순혈주의'에 갇혀있지 않다. 2017 한국시리즈 라인업에서 그런 현재 타이거즈의 팀 특색이 드러난다. 야수 베스트 9 중에서 광주 출신 선수는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다. 김선빈 정도가 전남 화순고 출신으로 광범위한 연고 지역 출신이다. 프로 데뷔를 KIA에서 한 선수로 범위를 확대해도 나지완과 안치홍 뿐인데, 이들 역시 각각 신일고와 서울고를 졸업한 서울 출신 선수다.
리드오프 이명기는 인천 출신으로 SK에서 올해 트레이드로 영입해 왔고, 김주찬은 충암고를 졸업한 뒤 삼성과 롯데를 거쳐 지난 2013년 FA로 KIA에 합류했다. 4번 최형우는 전주 출신이나 삼성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올 시즌 FA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5차전 만루홈런의 주인공 이범호도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0년 한화에 입단해 줄곧 뛰다가 2011년부터 KIA의 핫코너를 지켰다. 복덩이 포수 김민식도 지난 4월7일 이명기와 함께 SK에서 온 인물.
결국 다양한 지역에서 야구를 배워 프로 커리어를 쌓아온 선수들의 집합체가 올해 타이거즈의 본질이다. 2009년 우승 때와 비교해보더라도 한층 더 선수 구성이 다양화 된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베스트 9은 이용규(중)-김원섭(좌)-장성호(지)-최희섭(1)-김상현(3)-이종범(우)-김상훈(포)-안치홍(2)-이현곤(유)으로 구성돼 있었다. 여기에 나지완과 이재주가 지명 타자로 번갈아 나왔다.
이 가운데 정통 광주 출신 KIA 멤버는 이종범, 최희섭, 김상훈, 이현곤이었다. 장성호와 안치홍, 김상현도 '타이거즈(해태 포함)'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다른 지역 출신으로 타 팀에서 프로에 데뷔했다가 타이거즈의 핵심 멤버가 된 선수는 이용규와 김원섭 뿐이었다. 이때까지도 어느 정도 순혈주의가 남아있던 셈이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어떤 변화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또 굳이 '지역색'을 따지는 것도 구태의연하다. 팀에 필요하다면 열린 자세로 선수를 주고 받아야 한다. KIA의 성공은 이런 트렌드를 대변하고 하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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