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단독보도 뒷얘기]고종수 대전 감독 선임,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

by

대전의 선택은 놀랍게도 '레전드' 고종수(39)였다.

대전은 24일 '공석이던 감독직에 고종수 수원 코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스포츠조선 24일 온라인 단독 보도> 현재 수원 스카우트 자격으로 브라질에서 외국인 선수를 지켜보고 있는 고 신임 감독은 귀국하는 대로 세부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2009년 대전에서 은퇴했던 고 감독은 8년만에 지도자로 대전에 복귀하게 됐다. '은사'였던 김 호 대표이사와도 재회하게 됐다. 사제 지간이 아닌 사령탑과 대표이사의 관계다.

말 그대로 깜짝 선임이었다. 1일 김 호 전 감독이 새롭게 대표이사로 부임한 대전의 첫번째 과제는 감독 선임이었다. 이영익 감독 사퇴 후 김종현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친 대전의 성적표는 최하위였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사령탑이 필요했다. 당초 김 대표는 용인축구센터에서부터 함께 했던 이기범 신갈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려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의 프로 경험 부족과 과거 문제들이 불거지며 대전 지역 내 여론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시와 갈등도 빚었다. 결국 김 대표가 한발 물러섰다.

원점에서 시작된 감독 선임 작업.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이 물망에 올랐다. 지역의 지지를 받았던 대전 출신의 박건하 전 이랜드 감독, K리그에서 성공신화를 썼던 파리아스 전 포항 감독 등이 유력 후보로 꼽혔다. 실제 협상까지 갔던 지도자도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침체된 대전의 축구열기를 살리기 위해 이슈몰이를 할 수 있는 '이름값 있고, 신선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찾은 것이 고 감독이었다.

고 감독은 K리그 역사상 최고 스타 중 하나다. 수원, 전남, 대전을 거치며 171경기에서 37골-34도움을 올렸다. K리그 우승 2회, 아시아클럽챔피언십(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전신)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아디다스컵 우승 3회 등 숱한 영광을 누렸다. 이동국, 안정환과 함께 '트로이카'로 불리며 오빠부대를 축구장으로 불러 모으기도 했다. 정교한 왼발킥은 K리그 역대 최고로 꼽힌다. 2011년 지도자로 변신해 매탄고, 수원 트레이너를 거쳐 올 시즌에는 코치로 활약했다.

지도자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오히려 김 대표는 함께 새로운 대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김 대표는 "우리는 재정적으로 힘든 팀인 만큼 어린 선수들을 키우고 만들어가야 하는 팀이다. 우연히 올라가는 것보다 올라가서 꾸준히 잔류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며 "그러려면 팀에 맞는 옷을 입혀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 감독이 지도자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젊은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알려진대로 고 감독과 김 대표는 각별한 사제지간이다. 김 대표는 1996년 수원 창단 감독으로 부임하며 고종수를 발탁해,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키웠다. 이후 수원을 떠난 김 대표는 2007년 대전에 부임했다. 김 대표가 부진하던 대전을 살리기 위해 데려온 선수 역시 '애제자' 고종수였다. 하락세를 걷던 고 감독과 김 대표는 절치부심해 2007년 대전을 '깜짝' 플레이오프로 진출시키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거침 없는 입담과 톡톡 튀는 개성으로 무장한 고 감독의 부임으로 K리그에도 새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표와의 '케미'는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고 감독이 어느덧 감독이 됐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행정가로 변신한 첫 해 애제자가 감독직을 맡으니 더 뜻깊다"며 "나와 오래 함께한 제자니 서로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고, 함께 어려움을 넘는데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물론 성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전은 김 대표 부임 후 벌써부터 안팎에서 잡음이 들리고 있다. 고 감독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선수단의 확실한 독립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애제자가 지휘봉을 잡은 만큼 김 대표도 이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코치는 고 감독의 몫이다. 고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