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화색만발이다.
2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추첨에서 일본은 폴란드, 콜롬비아, 세네갈과 함께 H조에 편성됐다. 조추첨식 맨 끝자락에서 한국과 운명을 다투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추첨자로 나선 파비오 칸나바로 광저우 헝다 감독이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F조 자리에 한국이 적힌 종이를 펼쳐 보이자 환호성을 질렀다.
구성을 보면 그럴 만했다. H조 톱시드 폴란드(8위)는 이번 대회에 나선 톱시드 팀 중 러시아(65위)에 이어 두 번째로 '쉬운 팀'으로 평가 받았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라는 해결사가 버티고 있지만 국제무대에서의 존재감이 희미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2014년 브라질 대회 8강팀인 콜롬비아도 러시아 대회에서는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세네갈 역시 판을 흔들 스타의 부재가 약점으로 꼽힌다.
초조하게 조추첨을 지켜보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도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조추첨식 뒤 일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추첨 전부터 H조에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이름의 이니셜이 H이기 때문"이라고 농을 치면서 "(브라질 대회에서 1대4로 패했던) 콜롬비아전은 일본이 복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편성이) 쉽진 않지만 목표는 16강 진출"이라고 짚었다.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인터 밀란)는 "콜롬비아와 한 조가 된 것은 운명"이라고 의욕을 불태웠고, 미드필더 하세베 마코토는 "16강에 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만이 "굉장히 어려운 조다. 방심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 지는 4년 전(브라질 대회) 이미 확인된 부분"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일본 언론과 팬들도 희망적인 분위기다. 스포츠지 스포츠호치는 '할릴재팬, 월드컵 챔피언 없는 해피(Happy)조'라고 평했고, 닛칸스포츠 역시 뜻하지 않은 행운을 뜻하는 '먹다 남은 음식은 복이 있다(殘り物には福がある)'는 일본 속담을 인용해 H조 편성이 한국보다 낫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산케이신문은 '최악의 조는 피했다. (16강행) 관건은 폴란드와의 최종전'이라고 짚었고, 아사히신문은 '첫판 상대인 콜롬비아 수비의 약점을 일본은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라고 분석했다. 일본 팬들은 조추첨 직후 '해볼 만하다', '나쁘지 않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폴란드는 톱시드 팀 중 가장 약하고 콜롬비아는 브라질 대회에서 정점을 찍었다. 세네갈은 조직력이 취약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본은 본선 참가에 앞서 오스트리아에 1차 베이스캠프를 차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칠레축구협회에 평가전 제안을 해놓은 상태다. 대한축구협회와 신태용호 역시 5월 말 오스트리아에서 훈련 뒤 러시아로 건너갈 구상을 하고 있다. 칠레는 한국, 일본으로부터 동시에 평가전 제안을 받은 상황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