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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도, 봉사도 홈런'. 뜨거웠던 KIA 최형우 '베이스볼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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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제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네요."

제법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차 오른다. 이내 쏟아지는 장대비. 그라운드에 모여 눈망울을 빛내며 '레슨'을 받던 야구 꿈나무들은 "와~" 소리를 내지르며 실내로 피신했다. 하지만 내리는 빗줄기도 어린 야구꿈나무들의 의욕과 이를 지도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열정을 식힐 순 없었다.

10일 아침 전라북도 전주 진북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재단법인 양준혁 야구재단이 주최하는 '최형우 베이스볼 캠프'가 펼쳐졌다. 양준혁 이사장을 비롯한 양준혁 야구재단 스태프가 행사를 진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KIA 타이거즈 최형우의 기금 후원 덕분에 마련된 행사다. 최형우는 올해 초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무려 2억원의 거금을 흔쾌히 양준혁 야구재단에 기부했다.

양준혁 야구재단은 이 기금을 바탕으로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7월)와 청소년 야구 드림페스티벌(8월),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11월)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그리고 12월에는 최형우의 모교이자 야구의 뿌리 격인 진북초등학교에서 '최형우 베이스볼 캠프'를 열게 된 것. 더불어 초·중·고교 야구 유망주 20명을 선발해 야구용품과 장학금까지 지급했다. 최형우의 기부가 사회 공헌과 한국 야구발전에 얼마나 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최형우에 앞서 재단을 만들고 꾸준히 사회 공헌 및 유소년 야구발전 활동의 기반을 만들어 온 양준혁 이사장의 역할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날 행사를 위해 최형우는 평소 친분이 깊던 동료 선·후배 선수들에게 일일 코치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청에 10명 가까운 전·현직 선수들이 흔쾌히 응했다. 이들 대부분은 하루 전에 미리 전주로 내려와 의기투합한 뒤 이날 아침 9시부터 진북초등학교 그라운드로 모였다. KIA 동료인 나지완과 김세현을 필두로 전 소속팀 삼성 시절 동료였던 장원삼과 김상수, 손주인, 신용운 그리고 SK 와이번스 박정권과 박정배, 박재상 코치 등이 이날 베이스볼 캠프의 일일 코치로 나섰다.

어린 선수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전라도 지역 5개 초등학교(전주 진북초, 군산 중앙초, 군산 신풍초, 군산 남초, 여수초) 야구부 선수들과 최형우 야구 꿈나무 장학생 등 무려 150여명의 선수가 모여들었다. '일일 코치'들은 각자 현역 포지션에 기초해 투수조와 내야조, 외야조, 실내 타격조 등으로 나뉘어 선수들을 가르쳤다. '총감독' 격인 양준혁 이사장은 그라운드와 실내 연습장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선수들의 훈련 상황을 체크하고 원포인트 레슨을 잊지 않았다.

이날 자신의 이름을 내건 행사를 진행한 최형우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여년 전에 이 운동장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여기가 내 야구의 뿌리인 셈이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어린 후배들을 보니 내 어릴 때 모습이 생각나 뭉클하기도 하다. 후배들이 잘 자라 한국 야구의 힘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돕고 싶다"고 말했다. 최형우의 이런 마음과 활동은 분명 한국 프로야구의 귀감이 될 만 하다.

전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