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무대에 발을 내딛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킨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데뷔 1년만에 '억대연봉자' 반열에 올랐다.
넥센은 13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이정후와 1억1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신인 연봉인 2700만원에서 8300만원(인상률 307.4%)이 오른 액수다. 인상액과 인상률은 지난해 최고의 신인이었던 투수 신재영에 기준을 맞춘 듯 하다. 신재영은 지난해 168⅔이닝을 던져 15승7패, 평균자책점 3.90의 뛰어난 기록을 남긴 뒤 연봉이 1억1000만원으로 뛰었다.
기록 면에서 봤을 때 이정후가 이 정도의 인상률을 얻어낸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넥센이 조금 더 줬다고 해도 그다지 반론이 나오지 않을 듯 하다. 지난해 신재영의 기록에 비해 손색이 없고,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나기도 했기 때문. 그는 데뷔 시즌에 전경기 출전을 하며 타율 3할2푼4리, 179안타, 111득점을 기록했다. 역대 신인 최다안타(종전 1994년 LG 서용빈 157안타)와 신인 최다 득점(종전 1994년 LG 유지현 109득점) 을 23년 만에 갈아치웠다. 두 기록 모두 이정후가 태어나기도 전에 작성된 것이었다. 이정후는 KBO 역사에 새로운 궤적을 남겼다.
이제 관건은 이정후가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한때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가 마치 당연한 사실인 것처럼 얘기되던 시절이 있었다. 화려한 루키 시즌을 보낸 뒤 이듬해 경기력이 퇴보하는 경우를 뜻한다. '방심', '자만' 등의 심리적 요인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여기에 상대의 집중 견제나 부상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정후도 이런 면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소포모어 징크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프로 의식이 강화되면서 쉽게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않는다. 게다가 과학적 트레이닝 기법이 발달했다. 이를 통해 체력 및 근력을 강화한 덕분에 2년차 때도 더욱 강하고 건강하게 시즌에 임할 수 있다. 부상 방지 효과까지 있다.
실제로 2010년대 들어 신인왕을 받은 선수들은 이듬해에도 잘했다. 양의지(두산 2010)를 시작으로 배영섭(삼성 2011) 서건창(넥센 2012) 이재학(NC 2013) 박민우(NC 2014) 구자욱(삼성 2015) 신재영(넥센 2016)이 2010년대 신인왕 수상자들이다. 배영섭과 이재학 정도가 신인왕 수상 이듬해 타율과 평균자책점이 다소 나빠졌을 뿐이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부진의 늪에 빠진 정도는 아니었다.
이정후 역시 내년 시즌에도 올해에 준하는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 이정후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연봉 재계약 후 "신인이기에 조금만 잘해도 칭찬 해주시고 주목 받았는데, 진짜 평가는 내년부터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걸린 팬과 구단의 기대가 어느 정도로 큰 지 체감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의 2년차가 더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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