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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듬파워 "경차 몰고 행사 뛰던 시절..이젠 다듀보다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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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행주(당시 유일한 면허 소지자)가 직접 운전하는 마티즈를 타고 지방으로 행사를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무대도 없이 약 20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하기도 했고, 행사가 끝나면 집까지 태워다 달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단다.

잘나가는 뮤지션들이 즐비한 힙합 레이블 아메바컬쳐. 막내 크러쉬까지 스타 반열에 오른 이 회사의 유일한 아픈 손가락이 리듬파워였다. 2010년 데뷔 이후 갖은 고생을 했지만,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했고, 군입대로 팀 활동이 한동안 뜸해진 채 잊혀가고 있었다.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멤버들은 다른 길을 찾아야 할지 흔들리기도 했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다, 이들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는 것이라 했던가. Mnet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가 화제를 떠올랐고, 멤버들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키며 정상에 선다. 인천 인하 사대부고 출신 세 친구로 구성된 힙합트리오 리듬파워의 이야기다.

"올해 안 가본 대학축제가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쉴 틈 없이 전국을 누비며 행사를 뛰고 있습니다. 다이나믹듀오 형들 보다 일정이 많을 정도죠."(리듬파워)

"많을 때는 일주일에 행사가 여덟 개 정도 됐어요. 행사 숫자는 보이비의 '호랑나비'가 히트한 이후에도 많긴 했는데 최근 행주의 인기 덕분에 금액이 더 올라갔죠. (미소)."(지구인)

"'리듬파워'라는 노래는 항상 부르는데 요즘 '떼창'이 정말 크게 나와서 너무 기뻐요. 대학 축제에서는 젊음의 에너지를 받고 와요. 매번 무대를 마치고 나면 세 명이서 다짐하죠. 내년에도 우리가 '씹어 먹자'고요." (행주)



바쁘지만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세 사람이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자신들의 랩 실력과 매력을 제대로 입증했다는 것도 고무적이지만, 그간 주목 받지 못했지만 우정으로 똘똘 뭉쳐 역경을 견뎌온 세 사람의 드라마에 더욱 뜨거운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 사실은 결정적이다. 지난 시즌 행주가 우승을 차지한 뒤 세 사람이 뒤엉켜 기뻐하던 모습이 짙게 남았다. '쇼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마치 누가 시나리오 써놓았던 것처럼, 제가 시즌6에서 탈락한 모습을 보고 뒤늦게 참가 지원서를 낸 행주가 우승까지 해버리니 너무 신기했어요. 행주가 결승 무대에서 우승자로 호명되는 순간에는 가슴이 뭔가 찌릿찌릿했죠." (지구인)

"보여주고 싶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멋진 대결을 했고, 결국 승리를 따내서 너무 기뻐요. 선의의 경쟁을 펼친 다듀 형들과 요즘도 가끔 밤새 '쇼미' 얘기를 하곤 해요." (행주)

"이번 시즌에서 탈락한 이후 한동안 아쉬움이 있었어요. '저 무대를 내가 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행주가 우승하면서 그런 아쉬움이 다 씻어졌어요." (보이비)

고등학교 동창인 세친구가 이뤄내고 있는 것들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세 사람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최근 촬영 때문에 모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급식실에서 밥을 먹는 후배들을 보며 저희의 과거 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남달랐어요. 학창시절 저희는 어떤 캐릭터였냐고요? 지구인은 진짜 공부 잘 하는 친구, 보이는 뭔가를 열심히 하는데 눈에 안 띄는 친구, 저는 튀고 싶어서 날 뛰는 친구(행주)였어요." (행주)

"셋을 묶을 수 있었던 공간은 '노래방'이었죠. 같이 다듀, 원타임, 주석 노래 참 많이 불렀었는데…학창시절부터 함께 공연도 자주 했어요. 사실 저희는 행주에게 '선택'받는 느낌이었죠. 하하. 저는 춤이 필요할 때, 보이비는 랩이 필요할 때 주로 선택받았어요." (지구인)

"저희는 다행히 행주 덕분에 학교 편하게 다녔죠. (미소)." (보이비)

최근 발매한 신곡 '동성로'는 세 친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긴 곡이다.

"세 멤버 모두 인천 출신인데 대구 동성로를 제목으로 썼죠. (웃음). 동성로는 저희가 처음으로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행사를 했던 지역이에요. 2011년쯤이었나. 그곳에서 멤버들과 쌓은 추억이 많아요." (행주)

"미지의 세계로 떠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신나게 노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동성로에서의 추억이 딱 떠올랐어요. 저희처럼 동성로에서 추억을 쌓은분들이 많을 것 같기도 했고요." (지구인)

"기존 리듬파워 노래는 파이팅에 파이팅을 얹은 느낌이었죠. 이번엔 힘을 많이 뺐어요. 신나긴 하지만 듣기 편하게 만들려고 했고, 그러면서도 리듬파워 특유의 색을 잃지 않으려고 했죠." (행주)

점차 힙합신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세 사람. 리듬파워의 계획을 들었다.

"사람들에게 계속 기대감을 심어주는 팀이 되고 싶어요.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는 결국 음악이잖아요. 지금 당장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음악 작업을 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어요." (보이비)

"저희가 아직 정규 앨범을 낸 적이 없어요. 스물 셋부터 클럽에서 공연했는데, 첫 공연을 한 시점으로부터 10년이 되는 내년에 정규 1집을 발매하면 의미가 깊을 것 같아요." (지구인)

"'리듬 파워는 이런 팀'이라는 걸 정규 앨범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행주)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