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강원도 평창에는 굵은 눈발이 날렸다. 지난 주까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등 살을 에는 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평창의 겨울은 여전히 추웠다.
하지만 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펼쳐지는 동계올림픽, 그 막바지 준비 열기가 뜨겁다.
지상에서는 각국 선수단과 취재진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대관령면 해발 930m 지점도 분주하긴 마찬가지. 수 백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북적이고 있다. 바로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가 펼쳐질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스타트 하우스다.
4층 높이의 슬라이딩 센터에서 가장 돋보이는 공간은 2층이었다. 각국의 선수들이 사용할 드레싱룸이 있다. 디테일이 숨쉬고 있다. 드레싱룸은 경기 당일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고 장비를 챙기는 곳.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앉는 의자부터 옷걸이, 거치대까지 섬세하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익주 조직위 담당관은 "1m90이 넘는 큰 신장을 보유한 유럽 선수들이 일어설 때 선반과 머리를 부딪히지 않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홈 이점도 최대한 살린 흔적이 보였다. 한국 선수들만의 단독 드레싱룸이 마련돼 있었다.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윤성빈(24·강원도청)의 경우 최대 라이벌인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비롯,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러시아) 악셀 융크(독일)과 마주칠 일이 없다. 이 곳에는 타 국가 선수들의 드레싱룸에 없는 TV와 질 좋은 먹거리가 제공될 전망이다. 이 담당관은 "스타트 하우스 내 한국 선수들의 단독 드레싱룸은 2013년 12월 설계 입찰할 때부터 넣었던 내용이었다. 지난 4년간 수많은 해외 대회에 파견된 관계자들이 보고 돌아와 알려준 노하우였다"며 "이 정도는 소치동계올림픽 때도 그렇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되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디테일은 트랙 워킹을 하기 전에도 숨겨져 있었다. 바로 스켈레톤 거치대였다. 화려하진 않았다. 단지 경기 전 썰매를 거치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수분을 빨리 흡수할 수 있게 금속 대신 나무로 제작하고 선수들이 빠르고 쉽게 거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선수들의 부상 위험 가능성이 제기된 바닥 마감재도 다시 보완할 예정이다.
이번엔 16개 커브로 구성된 트랙을 돌아보았다. 국가대표 상비군에 해당하는 전 주자들의 주행이 한창이었다. 스타트 구간부터 홈 이점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스타트 그루브'였다. 그야말로 스타트 때 썰매가 똑바로 나갈 수 있게 날을 잡아주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 그루브는 선수들이 예민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에 그루브의 폭과 깊이에 대한 규정이 있긴 하지만 홈팀의 특성에 맞게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세계 정상급 스타트를 보유하고 있는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서영우 조와 윤성빈의 장점을 살리는 그루브가 스타트 구간에 장착될 가능성이 높다.
트랙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록도 기록이지만 안전이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때는 대회 개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캐나다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에서 막바지 훈련을 하던 그루지아의 루지 남자 싱글 대표 노드라 쿠마리타시빌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사고를 방지해줄 수 있는 시설이 '디플렉터(트랙이탈 방지시설)'이다. 다만 최초 설계시 구간마다 만들어지는 디플렉터는 어디까지나 트랙 공학자들의 이론일 뿐이었다. 트랙이 완성된 뒤 현실에선 상상을 뛰어넘는 속력과 잘못된 주행으로 실수가 발생한다. 때문에 얼음 위를 달려야 하는 썰매가 나무로 제작된 디플렉터까지 침범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각 코스마다 디플렉터에 썰매가 부딪히거나 주행하고 지난간 흔적이 생생했다. '악마의 9번 코스'에는 가장 긴 디플렉터가 형성돼 있었다.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조직위는 IBSF가 권고한 두 차례 디플레터 설치를 마쳤다. 이 담당관은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선수들의 안전을 위한 디플렉터 등 사실상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경기 당일 많은 국민들이 직관하셔서 생소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을 즐기셨으면 한다"며 웃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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