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밖 정 현은 영화와 소설읽기를 좋아하는 앳된 청년이다. 그러나 코트 위에만 서면 포커페이스의 프로 테니스 선수로 변한다. 포인트 세리머니도 크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얼굴을 찡그리는 법도 없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체어 엄파이어(주심)에게 다양한 이유로 불만을 제기하는 한 살 어린 알렉산더 즈베레프(러시아·4위)와 대조되기도 한다. '스물 두 살의 청년이 항상 침착함을 유지하는 비결', 외국 언론들이 정 현에게 가장 궁금해 했던 점이다. 이에 대해 정 현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선수가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속마음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배웠다. 그래서 더욱 얼굴에 기분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그랜드슬램 4강이다. 정 현은 2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97위)를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파했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최대한 가는 데까지 가 보겠다." 우승 기회는 남아있고 안주하기엔 이르다는 의미다.
매 경기 뜨거운 반응이 돌아오고 있다. 정 현은 "경기가 끝나면 문자가 300개씩 와 있다. 성격상 무시하지 못해서 일일이 다 답변해 주다 보니 바쁘다.(웃음) 현지에서도 알아봐 주시는 분이 많아져 고맙고 좋다"고 했다. 그러나 큰 반향이 일고 있는 신드롬을 호주 현지에선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 현은 "한국에 돌아가 공항에 많은 분이 오시면 내가 이번 대회에서 어떻게 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테니스는 체력소모가 큰 운동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경기가 있기 때문에 정 현이 어떻게 체력회복을 하느냐에 관심을 가지는 팬들이 많다. 특별한 건 없다. 정 현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하고 마사지도 받는다. 또 잘 먹고, 잘 쉬고 최대한 경기에 지장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적으로는 박성희 소장(박성희 퍼포먼스 심리연구소, 전 테니스 여자 국가대표)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정 현은 "경기 전에는 하지 않고 경기 후에 이야기한다. 이겼을 때는 간단한 안부 정도 묻고 끝나고 돌아가면 리뷰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답했다.
외국 기자들 사이에선 탄탄한 허벅지도 화제다. 정 현은 "동계훈련 때 전체적으로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경기를 많이 하니 좋아지는 것 같다. 따로 하는 하체 훈련은 없다"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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