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졌지만 잘 싸웠다. 세계 테니스계의 '신성' 정 현(22·삼성증권 후원)의 그랜드슬램 여정은 4강까지였다.
26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와의 2018년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전. 정 현은 세트스코어 0대1로 뒤진 2세트 2-5로 뒤진 상황에서 몸 상태 이상으로 기권을 택했다.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정 현은 자신의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을 4강까지 끌어올렸다. 이전까진 2017년 프랑스오픈 3라운드가 최고 성적이었다.
호주오픈 승률도 끌어올렸다. 지난 2년간 1승2패를 기록한 정 현은 이번 대회에서만 5승을 챙기며 승률 66.6% (6승3패)를 찍었다.
출발은 불안했다. 1세트 첫 게임에서 브레이크를 당했다. 장기인 백핸드 스트로크가 좀처럼 먹히지 않았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정 현은 3번째 게임부터 부활하는 듯했다. 첫 번째 서브가 살아나면서 페더러를 압박했다. 그러나 페더러의 송곳 서브와 스트로크는 한 수 위였다. 특히 정 현이 네트 플레이를 펼칠 때는 날카로운 패싱 샷으로 점수를 따냈다.
1세트를 33분 만에 내준 정 현은 2세트부터 눈에 띄게 움직임이 줄었다. 바로 부상 때문이었다. 왼발바닥 물집이 터졌다. 정 현은 2세트 1-4로 뒤진 상황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사용했다. 이미 왼발바닥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한 정 현이었다. 4강까지 오기 전 5경기를 치르면서 생긴 물집이었다. 특히 경기장이 하드 코트이기 때문에 아무리 테니스화의 끈을 조인다고 하더라도 바닥에 살이 밀려 물집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정 현의 테이핑한 왼발바닥쪽 물집이 터지고 말았다. 의무트레이너는 기존 테이핑을 떼고 물집이 터진 자리에 연고를 바르고 새로 테이핑했다. 정 현은 약간 절뚝이는 듯했지만 곧바로 경기에 임했다.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며 부상 투혼을 펼쳤다.
하지만 페더러의 서브 게임을 내준 정 현은 체어엄파이어(주심)에게 다가가 기권을 선언했다. 경기장에는 탄식이 흘렀다. 스물 두 살 청년의 위대한 도전이 부상으로 마감한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탄식이었다.
정 현은 관중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으며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떠났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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