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에 저승사자가 나타났다?
LG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파파고구장. 오전 훈련 종료 후 점심을 먹고 나면 투수들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진다. 공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 투수들은 보통 훈련 마지막을 러닝으로 마무리 한다. LG 역시 마찬가지. 투수들이야 뛰는 게 일인데, LG 선수들 입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연달아 터진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LG는 류중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류 감독이 개편한 게 트레이닝 파트다. LG는 체력 훈련을 지휘하는 파트와 선수들의 치료 재활을 하는 파트의 구분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류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부터 체력 훈련을 시키는 트레이닝 코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감독으로 부임하며 새롭게 김현욱 코치, 곽현희 코치를 영입했다. 김 코치가 투수조, 곽 코치가 야수조 트레이닝을 담당한다. 류 감독은 "트레이닝 코치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먼저 아파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어떻게 할 때, 아프고 안아플 수 있는 지 안다. 또, 야구를 할 때 쓰는 근육은 포지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공부를 한 사람이 선수들의 트레이닝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코치의 경우 삼성 시절부터 류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사이. 김 코치는 LG 투수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통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훨씬 독한 러닝 훈련 때문에 매일같이 선수들의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무작정 많이 달리는 건 아니다. 시간은 다른 팀에 비해 아주 많다고 할 수 없어도, 짧은 거리를 전력으로 반복해서 뛰는 인터벌 훈련이 선수들을 지치게 한다.
김 코치는 "훈련량이 많기는 할 거다. 그리고 선수들이 더 힘들게 느낄 수 있는 건 그동안 안하던 방식의 훈련을 하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며 "날마다 운동이 다르다. 하루는 가진 힘을 다 쏟아붓게 한다면, 다음 날은 강도를 낮춰 조금은 몸을 쉬게 해준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강도를 서서히 높여간다. 반복이 되면 서서히 선수들의 몸이 시즌에 맞춰 단련된다. 지금은 힘들 수 있겠지만 다 선수들 잘되라고 이렇게 훈련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훈련량을 조금 줄인 날은, 코치들과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사람은 안뛰어도 되고, 진 사람은 계속 뛰는 게임을 하는 등 즐거운 분위기가 연쵤되기도 한다.
투수들에게 러닝은 보약과 같다고 한다. 비시즌 많이 뛰어놔야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하체의 힘, 체력이 생긴다. 그래서 부지런한 투수들은 시즌 중에도 러닝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LG 투수들이 "힘들어 죽겠다"고 투덜대면서도 김 코치의 강훈련을 소화하는 건, 지금의 고생이 훗날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