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제주는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하며 팀 창단 최초로 두 시즌 연속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성공했다. '만년 다크호스'에서 '강팀'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2018년 초반 제주의 모습은 기대 이하다. 지난달 14일 세레소 오사카(일본)와의 2018년 ACL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0대1로 졌다. 이어진 부리람(태국)과의 2차전 원정경기에선 2대0으로 승리하며 일단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다.하지만 흐름은 K리그1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 1일 서울과의 홈 개막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내용이 답답했다. 제주 특유의 섬세함이 실종됐다. 조성환 감독 체제에서 자리잡고 있던 위협적인 역습도 나오지 않았다. 제주는 총 12개의 슈팅을 때렸지만, 그 중 유효슈팅은 2개에 불과했다. 서울은 총 11개 슈팅 중 4개가 유효슈팅이었다. 제주의 경기력은 효율적이지도 않았다는 의미다.
산 넘어 산이다. 제주의 다음 상대는 '중국의 거함' 광저우 헝다다. 6일 오후 9시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ACL 조별리그 G조 3차전을 치른다.
광저우 헝다는 중국 최강이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슈퍼리그 최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2013년, 2015년엔 ACL 우승 트로피도 거머쥐었다. 막강 스쿼드가 힘이다. 정청, 장린펑, 펑사오팅, 정즈, 가오린 등 중국 A대표팀 자원에 브라질 출신 공격수 알란, 굴라트에 세르비아 A대표팀 미드필더 네마냐 구데이도 보유하고 있다.
제주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거물급 영입을 하지 않았다. 광저우 헝다에 앞서는 스쿼드로 보기 어렵다. 최근 경기력도 저조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러설 생각은 없다. 조 감독은 "광저우 헝다전에선 총력을 기할 것"이라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믿는 구석이 있다. '테크니션' 류승우(25)다. 조 감독은 "큰 무대에서 벌이는 강팀과의 대결인 만큼 우리도 내세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야 한다"며 "류승우를 선발로 내세워 광저우 헝다 수비를 흔들어 볼 수 있다"고 했다. 류승우는 지난 서울전 교체 명단에 포함돼있었다. 후반 15분 교체 투입된 류승우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슈팅 2개를 기록하는 등 답답했던 제주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민첩하고 기술적이었다.
조 감독은 "광저우 헝다가 강한 화력을 갖춘 강팀이지만 최근 4대5로 패하는 등 문제점도 드러냈다. 이 점을 잘 분석해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류승우도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서울전 30분여 출전으로 체력을 비축하는 동시에 경기 감각도 조율했다. 지난해 여름 제주 유니폼을 입은 류승우는 이창민 권순형 이찬동 등 미드필더들과의 호흡도 좋다. 조 감독은 "큰 무대 경험과 기술을 갖춘 류승우다. 광저우 헝다전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제주의 광저우 헝다(중국)전 승리 열쇠는 류승우다.
제주 선수단은 4일 중국으로 출국, 이틀여 컨디션을 조절한 뒤 6일 광저우 헝다와 결전을 벌인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