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가 보장된 동물원 사자는 게으르다.
사자를 오래 살게 하기 위해서 사육사들은 차로 치려고 위협한다.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자극은 생존과 발전의 자양분이 된다.
양립할 수 없는 맞수, 라이벌. 그 존재가 나를 고뇌하게 하고 힘들게 한다. 괴롭지만 자극이 된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게 한다. 결국 내가 발전하고, 역사가 발전한다.
역사를 만드는 라이벌. 스포츠에도 라이벌이 있다. 사람도 있고, 팀도 있고, 국가도 있다.
들으면 알지만 잊고 있던 라이벌의 역사를 집대성한 책이 출간됐다. '신들의 전쟁-세상을 뒤흔든 스포츠 라이벌'(김동훈 저, 폭스코너)이다. 국내외, 종목, 개인과 팀을 총망라해 현대 스포츠계의 라이벌을 집대성 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손기정 vs 남승룡'에서 '장정구 vs 유명우', '최동원 vs 선동열', '김연아 vs 아사다 마오', '레알 마드리드 vs FC 바로셀로나'까지 우리가 익히 알만한 이름들이지만 정작 그 안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는 생소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재미도 재미지만, 읽다보면 지식이 쌓이는듯한 지적 충만에 어느새 뿌듯해진다.
이 알뜰살뜰한 방대한 자료들을 모은 저자는 현직 스포츠 기자다. 한겨레신문 스포츠데스크를 맡고 있는 그는 스포츠 마니아다. 보는 스포츠는 물론 하는 스포츠에도 열광한다. 축구, 농구, 야구 등 직접 땀을 흘리는 체험과 그 감성을 바탕으로 스포츠 현장을 구석구석 취재해 왔다. 그만큼 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저자인 김동훈 기자는 서문에서 "경쟁하면서 공생하는, 그것이 라이벌"이라며 "섬멸의 대상인 적과 라이벌은 다르다"고 정의했다. 그렇다. 승패가 결정된 뒤 상대의 어깨를 감쌀 수 있는 사이, 그것이 진정한 라이벌이다. 최근 끝난 평창올림픽에서 라이벌의 진수를 보여준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 처럼….
책은 국경을 넘어 최고를 놓고 경쟁한 1부 '세계의 라이벌, 시기의 라이벌', 한국의 라이벌을 다룬 2부 '조선의 라이벌, 한국의 라이벌', 라이벌 팀을 다룬 3부 '끝나지 않는 끝날 수 없는 영원한 라이벌'로 구성돼 있다. 400페이지가 넘는 꽤 방대한 분량이지만 물 흐르듯 이어지는 유려한 글 솜씨와 추억 돋는 그때 그 시절 사진들, 라이벌 마다 잘 정리된 표를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된다. 네이버가 없던 시절의 흔적까지 발로 뛰어 정리한 이 저서는 곧 스포츠 역사책이기도 하다.
밥 먹고 술 먹는 자리에 흔히 오르내리는 스포츠 이야기. 이 책 내용만 알아도 충분히 대화를 이끌만한 훌륭한 소재가 된다. 스포츠 좀 안다고 말 하기 위해 지나칠 수 없는 필독서, 읽어두면 꽤 쓸모 있는 '신들의 전쟁'은 라이벌로 본 스포츠 현대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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