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라…. 너무 창피해서 아쉽다는 말도 하기 그렇네요."
2년 연속 최하위, 충격적인 성적표 앞에 언제나 당당했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도 고개를 숙였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그에게도 충격적인 결과였다.
올 시즌은 다를 줄 알았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내려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따라다녔던 부상 악령이 사라지면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브람을 뽑았고, 송명근 송희채도 부상에서 돌아왔다. 변화도 택했다. 창단 멤버였던 강영준 김홍정을 보내고 KB손해보험에서 김요한과 이효동을 받았다. 우승까지는 아니지만 플레이오프도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또 한번 최하위였다. 지난 시즌 4승에서 10승으로 승리는 늘었지만, 순위는 제자리였다. 1순위로 데려온 브람이 제 몫을 하지 못했고, 승부수로 띄웠던 외인 교체 카드 역시 실패했다. 선수들은 또 한번 부상에 갇혔다. 생각했던 라인업을 꾸린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OK저축은행 특유의 신바람 배구를 펼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은 "예전처럼 미친 놈처럼 밝게 배구하는 OK저축은행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끝내 우승 당시 그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다. 김 감독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자 가장 죄송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모든 것은 내 선택에 대한 문제"라고 자신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래도 김 감독만이 볼 수 있는 최하위의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시간'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선수들이 잘못됐는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추상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선수들은 아파서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선에서 못이겨내면 그대로 멈춰져 있더라. 훈련부터 베스트로 하지 않으면 그 선수만의 시간은 결국 멈춰버리더라." 그는 이후 다시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은 휴식기 반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 프로화가 되는 일본에 직접 건너가 여러 상황들을 지켜볼 계획이다. 그들의 준비과정을 보고, 도와주면서 했던 실수들과 잘됐던 부분들을 다시 돌이켜볼 예정이다. 이후에는 팀 재정비에 나선다. OK저축은행은 새판짜기가 불가피하다. 창단 멤버이자 주축 멤버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었다. '경기대 3총사' 이민규 송명근 송희채를 비롯해 리베로 정성현도 FA가 된다. 김 감독은 "아직 이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가장 걱정됐다. 일본에 다녀온 뒤 선수들도 어느정도 몸과 마음을 추스리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했다.
고개는 숙였지만, 좌절은 없다. 마음은 더 뜨거워졌다. 그는 "참고 인내하는 것은 남들보다 자신 있는데 이제 그 끝을 본 것 같다"며 "이제 못하겠다고 나갈 수도 없다. 창단팀에 대한 내 욕심도 있다"고 했다.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희망이나 자신감 없으면 이 일 못하죠. 또 한번 일어나보겠습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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