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18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2번과 6번이 강해야 한다. 3,4,5번은 원래 잘 치는 타자들이고, 2번과 6번타자가 강해야 전체적인 득점력이 올라간다"고 했다. 2번 타순에 대한 류 감독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재 시범경기에서는 김현수가 주로 2번을 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 역시 '강한 2번타자'를 선호한다. 시범경기에서 손아섭을 2번 타순에 기용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전준우 민병헌 손아섭 등 테이블세터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최적의 조합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재 손아섭을 2번에 넣고 있다.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도 2번 타순을 놓고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마련중이다. 이날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 로저 버나디나를 2번 타순에 배치했다. 강한 2번타자를 염두에 둔 타순이라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팀을 대표하는 타자가 2번을 치는 경우가 많다. LA 에인절스는 현역 최고 타자로 꼽히는 마이크 트라웃이 주로 2번 타자로 나선다. LA 다저스도 2016년 신인왕인 코리 시거가 2번 타순에서 타선을 이끌고 있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30개팀 2번타자들의 타율은 2할6푼9리였고, 평균 25홈런과 80타점을 기록했다.
현대 야구에서 2번타자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물론 득점력 극대화와 연관된다. 출루와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타자가 2번을 맡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00년대 이후다. 뉴욕 양키스 캡틴이던 데릭 지터도 2번 타자였다. 출루와 타점 능력에서 최정상급 선수를 상위타선에 놓을 경우 선취점, 대량득점 측면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이 고민하는 것처럼 모든 타순에 최적의 타자를 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류 감독이 원하는 출루와 타점 능력을 고루 갖춘 타자를 2번에 놓을 경우 다른 타순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당초 2번 자리에 이형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무릎 부상중인 이형종이 4월에 돌아오면 채은성과 비교해 2번 우익수로 넣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둘 중 한 명은 외야 백업을 맡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어쨌든 강한 2번타자가 등장하고 김현수가 5번을 치는 게 류 감독에게는 이상적인 타순이다.
롯데는 지난해 톱타자였던 전준우를 1번에 박아두고 손아섭과 민병헌 가운데 기동력을 갖춘 손아섭을 2번 타순에 배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다. 손아섭 스스로도 3번보다는 2번을 선호하고 있다. 조원우 감독은 "2번이 3번만큼 중요하다"면서 "전준우 손아섭 민병헌 모두 어느 타순에 놓더라도 제 역할을 하겠지만, 지금의 타순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KIA는 지난해 김주찬이 주로 2번타자로 나섰다. 이날 삼성전을 통해 버나디나를 2번에 놓을 수도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버나디나는 기동력과 파워를 모두 갖춘 타자다.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KIA는 2번타자 앞에 많은 주자들이 나가는 팀이다. 2번타자의 해결 능력을 최고조로 높일 명분은 충분히 존재한다. 물론 정규시즌서 붙박이 2번이 누가 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들 세 팀을 제외한 다른 7개팀의 시범경기 2번타자는 삼성 배영섭과 김헌곤, 넥센 마이클 초이스, SK 나주환, kt 박경수, NC 노진혁, 한화 송광민과 양성우, 두산 허경민 등이다. 감독들의 최종 선택은 시범경기를 마친 뒤 이뤄질 것이다. 강한 2번타자가 트렌드로 본격화될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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