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를 쓰는 노트 속에서/ 거미 한 마리가 죽었다/ 거기를 왜 들어갔을까/ 피도 없는 놈이/ 무슨 말을 하고 죽었을까…)'('거미의 죽음')
'…옥녀봉 큰 길 위/ 도리깨질이 난무하다/ 박자를 못 맞추고는/ 도리깨를 탓하는 두 노인/ 어쩌다 땅바닥을 내리치면/ 내 손이 쩌렁/ 아픔이 밀려오고…'('들깨를 털며(2)')
3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박원정 환경미디어 편집국장이 3인 동인시집을 발간해 눈길을 모은다. 오는 25일 소나무 동인이자 현직 국어교사인 박문규 시인,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 중인 정진선 시인과 3인 동인 시집 '솔꽃'(미래는우리손안에 간)을 세상에 내놓는다.
고교 시절부터 시를 써온 박원정 시인은 그동안 신문과 시 전문지엔 작품을 꾸준하게 발표해 왔다. 시집 발간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작들과 시작노트에 있던 작품 등 20여 편을 선보인다.
특히 1980년대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한 사람으로서 현실을 고발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지식인의 이중성을 풍자한 '교수님과 목사님', 박종철 군의 죽음을 노래한 '거미의 죽음', 두 모자의 탈북 실패기인 '아리나래(2)', 세월호를 보면서 쓴 '뜨지 않는 배(20150416)'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정겨운 시골생활과 자연에 몰입하면서 자기의 성찰을 깨우쳐가는 자서전 같은 시들도 여러 편 소개한다.
박원정 시인은 "늦게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 오히려 두렵다"면서 "그러나 나의 아픔이 모든 사람의 아픔일 수 있다는 것에 용기를 냈다"고 말한다. 이종수 시인은 "시인은 시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다. 시대를 외면하면 안 되는 사상과 실천 정신을 가졌음을 세 분의 시에서 느낀다"면서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현실이라는 골목을 지나 큰 길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며 시의 고삐를 바짝 당겨본다"고 평했다.
한편, 오는 30일 서울 부암동 무계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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