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시즌 최하위에 그친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의 첫번째 과제는 공격력 강화였다.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이바나를 뽑았다. 전년도 시크라의 부상, 브아이언의 왕따 논란, 헐리의 기량미달 등 외국인선수로 홍역을 앓았던 김 감독은 5년 전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맹위를 떨쳤던 이바나를 데려오며 확실한 외국인 선수를 갖게 됐다. 이바나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바나와 함께 공격을 이끌 국내 거포가 필요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시선을 돌렸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도로공사의 선택은 박정아(25)였다.
박정아는 IBK기업은행 전성시대의 주역이었다. 2011년 기업은행의 창단멤버로 입단한 박정아는 두살 위인 입단 동기 김희진(27)과 함께 5번 챔피언결정전에 나서 3번이나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정아는 잔류시키려는 기업은행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도전을 택했다. KGC인삼공사 등 복수의 팀에서 제안을 보냈지만, 박정아의 선택은 도로공사였다. '반쪽 선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박정아까지 가세한 도로공사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정아는 초반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도로공사의 배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도로공사는 개막 후 3연패에 빠졌다. 김 감독은 박정아의 장점을 살려주기 위해 전술에 변화를 줬다. 리시브가 약한 박정아에게 '목적타 서브(리시브가 약한 선수에게 서브 집중)'가 몰리는 것을 대비해, 리베로 임명옥(31)과 라이트 문정원(25) 2인 리시브 체제를 가동했다. 이 선택은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박정아의 공격력이 살아나며 도로공사는 연승행진을 이어갔고, 정규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박정아는 득점 8위, 공격종합 9위에 오르며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원한 것은 그 이상이었다.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서는 큰 경기, 분수령에서 잘해주는 박정아의 활약이 중요했다. 대망의 챔피언결정전, 박정아가 기대했던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23일 1차전에선 정규시즌(35.8%)보다 훨씬 높은 공격성공률(49.0%)을 기록하며 27득점을 올렸다. 특히 승부처인 5세트에선 4개의 공격을 모두 성공시켰다. 도로공사는 1차전 5세트에서 10-14까지 끌려가며 무너지는 듯 했지만, 박정아의 공격을 앞세워 17-15의 대 역전극에 성공했다. 2차전 들어 박정아는 한층 더 원숙한 기량을 선보였다. 주포 이바나(26점)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24점을 올렸다. 범실은 1개에 불과했고, 공격성공률은 51.1%에 달했다. 김 감독은 "박정아에게 200점을 주고 싶다"고 엄지를 치겨올렸다. 이어 "정규시즌에서도 기복이 있긴 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는 책임감이 있었다"며 "챔프전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어서 코트 안에 들어가면 눈빛부터 다르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시너지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3차전도 박정아 타임은 이어졌다. 이바나와 함께 공격을 주도한 박정아는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사상 처음으로 별을 단 도로공사는 '우승청부사' 박정아의 FA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