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올해 67세다. V리그 최고령 감독이다. 나이가 많다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V리그의 젊은 사령탑들보다 더 세계배구의 소식과 흐름을 잘 파악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이 가장 첫 번째로 칼을 댄 것이 서브의 강도였다. 일명 선수 개인별 서브 공식을 만들었다. 2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홈 3차전을 앞두고 박 감독은 "세계배구 흐름을 보면 공격을 잘 가르치는 감독에서 블로킹을 잘 지도하는 감독이 유명해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브를 잘 만들 줄 아는 감독이 대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선수마다 서브공식을 만들어 훈련을 시켰다. 그것이 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되더라. 감독이 시스템을 만들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니 선수들이 부담없이 강서브를 때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이 만든 서브 공식은 영업비밀 중 하나였다. 그래도 공개할 수 있는 범위까진 오픈했다. 박 감독은 "서브 공식 훈련은 감을 잡는 반복연습이 아니다. 개인에 맞는 서브다. 리듬이 잡히면서 범실 없이 때릴 수 있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챔프전 3차전에서도 역시 대한항공의 강서브가 폭발했다. 2차전 때처럼 서브에이스가 8개씩 나오진 않았지만 고비마다 점수차를 벌리고 상대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한 건 역시 강서브였다. 이날 레프트 정지석이 3개의 서브에이스를 터뜨렸고 가스파리니와 곽승석이 나란히 1개씩을 기록했다.
이 강서브에 현대캐피탈의 리시브라인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1세트부터 불안함이 감지되던 현대캐피탈은 리시브 부문 3위에 오른 안드레아스마저 흔들리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대한항공은 2경기 연속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셧아웃 시켰다.
양팀의 또 다른 차이는 역시 '세터'였다. 대한항공에는 '국보급 세터' 한선수가 건재했지만 현대캐피탈에는 위기를 버텨낼 세터가 없었다.
한선수는 경기 흐름을 완벽에 가깝게 읽었다. 특히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는 센터 진상헌-진성태, 일명 '진'짜 듀오의 속공으로 상대 흐름을 끊은 뒤 라이트 공격수 가스파리니와 레프트 곽승석 정지석의 공격으로 현대캐피탈을 혼란에 빠뜨렸다. 한선수는 공격수들의 컨디션과 공격성공률까지 머릿속에 그리며 환상적인 볼 배급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박 감독은 "한선수는 그걸로 최고연봉을 받는 것이다. 이름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가장 용기 있는 배분을 했다"며 엄지를 세웠다.
대한항공은 5선3선승제인 챔프전에서 1패 뒤 2연승을 달리며 지난 1986년 창단 이후 첫 챔프전 우승에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챔프전 4차전은 오는 30일 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진다.
"우리도 '처음', '신기록'이란 단어를 참 좋아한다. '첫' 챔프전 우승을 좋아한다." 박 감독이 던진 농담이 현실로 이뤄질 시간이 머지 않아 보인다.
인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28일)
남자부
대한항공(2승1패) 3-0 현대캐피탈(1승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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