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집은 뭘해도 됐다.
'최강의 레프트라인' 정지석-곽승석, '거포' 가스파리니로 이어지는 좌우 쌍포에 현란한 토스워크를 자랑하는 한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 했지만, 대한항공의 첫번째 우승에는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리베로' 정성민과 '센터' 진상헌-진성태 듀오였다.
사실 이 두 포지션은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에 비해 열세라고 평가받는 자리였다. 현대캐피탈의 리베로는 '레전드' 여오현이 건재했고, 센터자리에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올스타 최다득표' 신영석과 '또 다른 영석이' 차영석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정성민과 진상헌-진성태는 약해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달랐다. 정성민과 진상헌-진성태는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현대캐피탈의 스타들을 압도했다. 정성민은 안정감 넘치는 리시브와 환상적인 디그로 대한항공의 수비를 이끌었다. 진상헌-진성태는 높이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 많은 힘을 실어줬다. 3차전이 대표적이었다. 둘은 18득점을 책임지며 정지석-곽승석보다 많은 득점을 올렸다.
정성민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대한항공은 군입대로 빠진 김동혁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가 필요했다. 차기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조건으로 현대캐피탈에서 정성민을 영입했다. 2010년 드래프트에서 리베로로는 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에서 지명된 정성민은 기대만큼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12년 현대캐피탈로 옮겼지만, 여오현 등에 밀렸다. 올 시즌 대한항공으로 둥지를 옮긴 정성민은 드디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 우승의 현장에 있었지만 단 한경기도 뛰지 못했던 설움을 폭발시켰다. 정성민은 결정적 순간, 멋진 수비로 대한항공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진짜 듀오' 진상헌-진성태도 대한항공 첫 우승의 큰 힘이 됐다. 올 시즌 대한항공에 잔류한 진상헌은 특유의 화려한 세리머니 만큼이나 빛나는 공격력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달 우리카드전에서 블로킹을 하다 왼손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복귀해 대한항공 높이에 힘을 실어줬다. 선배들과의 치열한 주전경쟁을 뚫은 진성태도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현대캐피탈에서 트레이드 되기 전 한솥밥을 먹으며, 기량을 배웠던 '선배' 신영석 앞에서 펼친 활약이라 더 뜻깊었다.
위기를 딛고 올라선 정성민, 진상헌, 진성태, 이 세명의 빛나는 조연이 있기에 대한항공은 우승까지 날 수 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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