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송은범(34)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송은범은 11일 대전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3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 구원승을 따냈다. 팀은 6대4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구원으로만 3승째로 리그 다승 1위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1.88로 준수하다.
2014년말 고액 외부FA(4년간 34억원)로 KIA 타이거즈에서 한화로 이적한 뒤 욕만 들었던 그다. 지난 3년간 한화에서 4승24패의 초라한 성적. 올해 새롭게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한 뒤 새롭게 변모했다. 올시즌 7차례 구원등판에서 3승이나 따냈다.
이날도 쉬운 상황이 아닌 터프한 시점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한화 선발 윤규진은 5회말 갑자기 흔들렸다. 3-1로 앞선 5회말 1사후 연속 볼넷 이후 KIA 4번 최형우에게 우월 3점홈런을 허용했다. 3-4로 경기는 역전. 이후 또다시 볼넷. 1사 1루의 불편한 상황에서 송은범이 마운드에 올랐다. 6번 안치홍을 깔끔하게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로 솎아냈다. 6회와 7회는 2이닝 연속 삼자범퇴. 8회 4번 최형우를 내야 땅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오는 결정적인 활약이었다.
송은범의 호투는 KIA 불펜의 불안한 모습과 대비됐다. KIA는 이날 두번째 투수 이민우가 6회말 갑자기 흔들리고, 이어 올라온 김윤동도 덩달아 불안한 모습이었다. 한화 2번 양성우는 김윤동을 상대로 2타점 역전 결승타를 때려냈고, 3번 송광민은 쐐기타를 뿜어냈다.
송은범에게 올시즌은 그야말로 절실한 마지막 기회다. 지난 3년간의 부진으로 1군 스프링캠프(일본 오키나와)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송은범은 한화의 2군 스프링캠프(일본 고치)에서 절치부심했다. 투심을 앞세워 지저분한 제구와 자신감을 가다듬은 뒤 일본프로야구 2군과 독립리그 팀을 상대로 10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알렸다. 시범경기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중간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 결국 셋업맨 자리에 까지 올랐다.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는 "송은범은 중요한 순간에 쓸 것"이라고 했다.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이날 송은범의 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44km, 최저는 141km였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시속은 147km 안팎이었다. 3km의 속도를 포기하며 확실한 볼끝, 공략하기 힘든 구질을 얻은 셈이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지만 이날 송은범은 시종일관 패기넘치는 피칭을 했다. 그야말로 눈부신 호투였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