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30승 고지를 밟았다.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에 이어 세번째.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지만 한화로선 시즌 초반 의미있는 약진이다. 1992년 빙그레 이글스 전성기 시절 38경기만에 30승(1무7패)을 달성한 이후 26년만에 한화의 최소경기 30승(22패)이다.
한화가 변신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많은 이들은 첫 번째로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 효과를 꼽는다. 또 건강한 외국인 투수 2명(키버스 샘슨, 제이슨 휠러)의 이닝이터 역할도 팀에 큰 보탬이다.
하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만들어내는 '메기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경쟁자의 출현은 팀내 긴장감을 키우고 자체경쟁을 유도한다. 리그 최강 불펜진을 자랑하는 한화는 서 균(26) 박상원(24) 김범수(23) 박주홍(19) 등 젊은 피의 합류로 신구조화가 완성됐다. 기존 선수들도 짧은 순간이라도 대충 던지는 법이 없다. 불펜진은 너나 할것없이 수년간을 통틀어 최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이다.
포수 지성준(24)은 연봉이 2800만원에 불과하다. 2014년 육성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2016년 1경기, 지난해는 1군 경험도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한용덕 감독, 강인권 배터리 코치의 눈에 띄어 집중조련을 받았다. 백업으로 출발했으나 샘슨의 전담포수를 맡으면서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 감독은 "지성준은 공수가 다 좋아졌다.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투수 리드와 수비가 단시간에 좋아지기 쉽지 않지만 엄청나게 성장했다. 최재훈이 지성준의 성장을 지켜보며 긴장감을 갖는 것 같다. 선의의 경쟁이 팀전체를 깨우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권 코치는 "지성준은 확실히 좋아졌다. 털털하고 덤벙대는 성격이지만 경기에만 들어가면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준다. 방망이와 어깨는 원래 자질이 있었다. 나머지 부분도 더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18세 고졸신인 정은원은 2루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깔끔한 스윙과 선구안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정근우 뿐만 아니라 하주석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가셨다.
29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외야수 김민하가 3타점을 올리며 팀승리를 주도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뒤 입단테스트를 통해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빈틈없는 외야수비에 방망이 자질을 눈여겨본 장종훈 수석코치가 그를 원했다. 호잉의 합류로 이미 전쟁터가 된 한화 외야에 또 하나의 좋은 옵션이 생긴 셈이다.
한화 불펜진은 매경기 서로 더 던지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라운드는 뜨겁다. 매순간 베스트로 베이스러닝에 임하는 호잉 때문인지 설렁설렁 플레이는 거의 사라졌다. 새얼굴들은 매경기 팀에 충격파를 더한다. 30승을 찍은 뒤 한용덕 감독은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