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중일 감독이 '깜짝' 선발카드로 준비했던 김영준(19)이 데뷔 첫 선발등판서 부진한 투구를 했다.
신인 김영준은 17일 잠실에서 열린 홈게임에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선발로 나가 2⅔이닝 동안 3안타와 볼넷 5개, 사구 1개를 내주는 극심한 난조 속에 2실점했다. LG는 6-2로 앞선 3회초 2사 1루서 김영준을 내리고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영준은 올해 신인 1차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한 오른손 투수다. 지난달 29일 1군에 올라 그동안 5차례 구원으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신인임에도 불구, 안정된 제구와 과감한 승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이날 KIA전 선발로 낙점받았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그동안 구원으로만 던져 오늘은 선발로 최대 80개까지 보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관중도 꽉 들어차고 첫 선발이고 하니 부담이 될 것이다. 고졸 신인으로서 부담없이 마운드에서 즐겼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영준은 첫 선발의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코너워크를 의식하다 볼을 남발하는 등 기량을 펼쳐 보이지 못했다. 16타자 가운데 11명에게 초구 볼을 던졌다. 투구수는 72개였고, 41개를 던진 직구 구속은 140~146㎞에서 형성됐다. 변화구로는 슬라이더(14개), 커브(11개), 포크볼(6개)를 각각 구사했다.
1회초 선두 로저 버나디나에게 129㎞ 포크볼을 던지다 중전안타를 얻어맞은 김영준은 김주찬 타석에서 도루까지 허용했다. 김주찬을 유격수 땅볼로 잡으면서 주자를 묶은 김영준은 안치홍을 사구로 내보내며 1사 1,2루에 몰렸다. 그러나 최형우를 145㎞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이범호를 119㎞ 커브로 3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넘겼다.
2-0으로 앞선 2회에는 볼넷을 남발했다. 선두 나지완을 볼넷으로 내보낸 김영준은 최원준을 땅볼로 유도해 선행주자를 잡았지만, 백용환에게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1,2루에 몰렸다. 이명기 타석에서 2루주자 최원준을 견제 도루자로 잡고 주자 1명을 없앤 김영준은 이명기와 버나디나를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만루를 맞았다. 하지만 김영준은 김주찬을 119㎞ 커브로 3루수 땅볼로 제압, 또다시 무실점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6-0으로 앞선 3회 실점을 하면서 결국 교체됐다. 2사까지는 잘 잡았다. 그러나 이범호에게 또다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김영준은 나지완을 상대로 1,2구를 볼로 던진 뒤 3구째 140㎞ 밋밋한 직구를 한가운데 낮은 코스로 던지다 좌중간 외야석 중단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을 얻어맞았다. 볼을 연속 10개 던지고 난 뒤 카운트를 잡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장타를 허용했다. 이어 김영준은 최원준에게 2루수 깊은 내야안타를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 감독은 "오늘 던지는 것을 보고 계속 갈지말지 결정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또다시 선발 기회를 얻을 지는 불투명하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