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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허스토리' 김희애X김해숙X민규동 감독이 만든 뜨거운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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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극장가를 뜨겁게 울릴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가 6월 마지막 극장가를 찾는다. 소재를 넘어 여성 법정물로 충무로에 의미를 새긴 휴먼 실화 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 수필름 제작). 우리 모두의 인생작이 되기에 충분하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변호인이 시모노세키(하관)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낸 유의미한 관부(하관-부산) 재판 사건을 철저한 고증과 명배우들의 명연기를 통해 스크린으로 재현한 것.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가 꾸준히 관객을 찾고 있는 가운데 '허스토리'는 기존의 위안부 소재 영화와 다른 결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특히 '허스토리'는 김희애를 주축으로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이유영 등 연기파 여배우들이 대거 가세한 여성 영화로 눈길을 끈다. 이들의 연기 내공만 도합 200년. '허스토리'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명품 연기를 선보인 명배우들의 열연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고 때로는 절절하게 울린다.

무엇보다 극 중 관부재판을 이끄는 원고단의 단장 문정숙을 연기한 김희애는 90년대 당찬 여사장 문정숙을 완벽히 소화해 시선을 모은다. 그동안 '우아한 연기' '우아한 캐릭터'를 선보인 김희애는 이번 '허스토리'에서 차진 사투리 연기와 자연스러운 일본어 연기로 캐릭터의 싱크로율을 높였고 여기에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헤어와 의상으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 몰입도를 높였다. 우아함을 벗고 걸크러시를 입은 김희애는 '허스토리'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난 것. 김희애와 투톱 주연으로 활약한 김해숙 역시 고통과 분노에 얼룩진 위안부 피해자의 감정을 깊이 있게 연기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엔딩께 선보인 법정 신은 '변호인'(13, 양우석 감독)의 송강호를 보는 듯한 강렬한 전율을 안긴다. 묵직한 스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쉼표를 찍어주는 김선영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문정숙과 함께 부산 여성경제인협회를 운영하는 신사장 역으로 등장하는 그는 김희애와 남다른 워맨스로 재미를 선사한다.

'허스토리'의 미덕은 명배우들의 열연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열연을 더욱 진정성 있게 만드는 밀도 높은 연출이 '허스토리'의 품격을 높인 것. 90년대 초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인터뷰를 보고 가슴 속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얹었다는 민규동 감독은 10년 전부터 '허스토리'를 준비, 피해자 할머니들의 궤적을 쫓아가며 고증해 '허스토리'의 스토리와 연출을 더욱 탄탄한게 만들었고 이런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영화에 묻어나 그의 최고의 인생작을 만들었다. 실제로 민규동 감독은 재판 당시 원고단을 지원했던 후쿠야마 연락회의 소식지와 실존 인물인 김문숙 단장의 관부 재판 기록을 통해 사실적인 역사 고증을 담아 내려 노력했다고.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재판을 진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더해 긴 여운을 남겼다. 그중 할머니들의 일본 여관 에피소드는 충격적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국민배우' 나문희의 명연기로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그려내 328만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와 또 다른 감동을 전하는 '허스토리'다.

대게 위안부 소재 영화들이 과거사를 그리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표현으로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허스토리'는 플래시백(현재 시제로 진행하는 영화에서 추억이나 회상 등 과거에 일어난 일을 담은 장면) 없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전달하는 지점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위안부 피해자에게도 관객에게도 불편함 없이 그들이 겪은 아픔과 고통을 전하며 공감하게 만드는 힘. 민규동 감독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이 '허스토리' 곳곳에 묻어났다.

할리우드 인기 블록버스터는 물론 기대작으로 꼽히는 국내 신작들로 격전지가 된 6월 극장가. 진정성으로 가득 찬 '허스토리'가 잔잔하지만 뜨거운 감동으로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영화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허스토리'는 역사상 단 한 번, 일본 재판부를 발칵 뒤흔들었던 관부 재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김준한, 이유영, 이지하 등이 가세했고 '간신' '내 아내의 모든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