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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수뇌부는 더이상 슈틸리케에게 감독 지휘봉을 맡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모양새는 계약 종료였지만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사실상 경질했다. 남은 계약기간 1년치 연봉은 다 주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했던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동반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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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에게 주어졌던 1년의 시간이 거의 끝났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 처럼 정신없었다. 그는 월드컵 본선 경험이 없었다. 모든 게 새로웠고 첫 경험이었다. 앞서 리우올림픽, 20세이하 월드컵을 치러봤지만 월드컵 본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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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임무 완수라는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신 감독에게 '거스 히딩크 감독 모시기 논란'이 불어닥쳤다. 최종예선 두 경기 무승부를 통해 드러난 신태용호의 경기력에 태클이 걸렸다. 히딩크 재단 측의 한 관계자는 히딩크 감독의 한국을 돕고 싶다는 의사가 있다는 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당시 협회 부회장이었던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히딩크 재단 측은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고 여론에 4강 신화 주역 히딩크 광풍이 다시 불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문자 메시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가 말을 뒤집어 코너에 몰렸다. 신태용 감독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약 한달의 시간을 허송세월했다. 축구협회는 신 감독을 계속 신뢰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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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더이상 '팬심'을 위면하지 못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물러났다. 그리고 제법 큰 폭의 협회 인사 물갈이가 있었다. 안기헌 전무도 물러났다. 협회 부회장단도 큰 폭으로 갈렸다. 새롭게 홍명보 전무가 행정가로 변신해 전면에 포진됐다. 김판곤 대표팀 감독선임위원장(부회장)이 새로 등장했다. 최영일 부회장, 이임생 기술위원장, 박지성 유스전략본부장 등도 이름을 올렸다. 분위기 전환 효과는 있었다. 홍명보 박지성 두 월드컵 영웅들이 등장하자 여론이 잠잠해졌다.
2018년도 총알 처럼 빨리 지나갔다. 국내파 중심으로 치른 1~2월 유럽 전지 훈련과 3차례 친선 A매치를 가졌다. 김신욱이 3경기서 총 4골을 넣는 원맨쇼를 펼쳤다.
3월 유럽 원정 A매치가 신태용호에 다시 불안감을 던졌다. 정예 멤버를 꾸렸고 사실상의 월드컵 본선 베스트11로 나간 한국은 북아일랜드에 1대2, 폴란드에 2대3으로 졌다. 신태용호의 공격적인 축구가 유럽 원정에서 계속 제동이 걸렸다. 신 감독의 축구 색깔은 공격에 무게가 실렸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본선에서 싸워야할 상대는 기본 전력이 더 센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었다. 신태용호의 불안한 수비 조직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늘 제기됐다. '신태용 축구는 항상 수비가 약하다'는 꼬리표가 생겼다. 신 감독도 '학습 효과'가 있었다. 더 강한 상대를 공격 대 공격으로 맞불을 놓아서는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월드컵 본선에선 수비를 튼튼히 하는 게 우선이었다.
5월이 다가왔고 '부상 악령'이 불어닥쳤다. 3월 A매치 때 풀백 김진수(무릎)를 시작으로 중앙 수비수 김민재(종아리뼈)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아킬레스건) 염기훈(갈비뼈) 이근호(무릎)까지 줄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특히 김진수와 김민재 공백은 신태용호 수비라인에 치명타였다. 주전 4자리 중 두 자리가 빠졌다. 이청용도 28명 소집 후 치른 온두라스와의 첫 평가전에서 엉덩이 타박상을 당했고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신 감독은 대신 경험이 적지만 패기가 넘친 이승우 문선민 오반석을 깜짝 발탁했다.
5월 21일 첫 소집 이후 월드컵 본선까지 마지막 한 달은 '정보전'이 신태용호의 키워드였다. 신 감독은 "우리나라가 기본 전력이 약하기 때문에 더욱 전술과 전략을 숨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폼의 등번호를 바꿨고, 전술 훈련을 단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미디어와 팬들은 '도대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태용 감독의 애칭이 된 '트릭' 발언도 정보전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4차례 모의고사에서 1승1무2패를 거둔 신태용호는 월드컵 본선서 두 차례 PK골을 내주며 불운을 맞았다. 스웨덴에 0대1, 멕시코에 1대2로 졌다. 스웨덴전에선 김민우가 백태클로, 멕시코전에선 장현수가 핸드볼 파울로 PK를 허용했다. 마지막 독일전만 남겨두고 2패다.
카잔=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